CEO 승계·이사회 독립성 강화…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편 속도

반복된 금융사고에 책임경영 압박… 내부통제 실효성 강화 초점

“관치 논란 우려도”… 금융지주 경영 자율성 위축 가능성 제기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놓고 ‘부패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금융당국이 곧 내놓을 지배구조 개선안 수위를 놓고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종안을 놓고 청와대와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직접 이슈화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 최고경영자(CEO) 연임 구조, 이사회 운영 전반을 겨냥한 고강도 개편안이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금융지주의 내부통제 체계, CEO 선임 절차,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청와대와 막바지 조율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발표 시기와 규제 수위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21일 예정된 이억원 금융위원장 기자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강도 높은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소위 관치금융의 문제로 정부에서 직접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는데, 가만 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6개월 뒤 업무보고를 다시 열겠다”고 언급해 금융당국의 업무보고가 다음 달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이전인 지난 3월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이후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등의 연임이 확정됐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권에서 반복된 대규모 횡령·불완전판매·부당대출 사고의 배경으로 형식적인 내부통제 체계와 폐쇄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에 따라 단순 사고 재발 방지를 넘어 금융지주 차원의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가 이동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우선 CEO 승계 절차 투명성 강화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이 사실상 내부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만큼 후보군 관리 체계와 평가 절차 공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장기 연임 구조에 대한 견제 장치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사회 기능 강화 역시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고 내부통제 관련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과 이사회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보완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부통제 실효성 강화 방안도 주요 관심사다. 금융당국은 단순한 규정 마련보다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통제 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 및 은행의 성과평가(KPI)에 내부통제·소비자보호 지표 반영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금융회사 경영 문화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고금리 종료 국면과 건전성 관리 강화 흐름 속에 금융사들이 단기 수익성보다 리스크 관리와 지속 가능성 중심 경영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 역시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금융지주의 경영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CEO 선임 절차에 대한 당국 개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민간 금융회사 거버넌스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별 지배구조와 경영 체계가 서로 다른 만큼 획일적인 규제가 오히려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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