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공연에 12만명 몰려… 33팀 출연·300개 부스 성황
한강라면·지하철 키링·캠코더… K컬처 담은 MD도 팬심 사로잡아
CJ ENM의 K-팝 페스티벌 '케이콘'(KCON)이 단순 공연 행사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외국 팬들은 과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기 위해 행사를 찾았다면, 이제는 뷰티·푸드·콘텐츠까지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소비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2012년 미국 어바인에서 처음 시작해 아시아, 중동, 유럽 등으로 무대를 넓혀온 케이콘에는 14년간 전 세계 약 223만명이 다녀갔다.
올해 첫 케이콘은 일본에서 열렸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6'에는 사흘간 약 12만 명이 몰렸다. 2015년 일본 론칭 이후 최다 관객이다. 이번 행사의 테마는 '워크 인 소울 시티'(Walk in SOUL CITY)였다.
지하철 개찰구, 역명 사이니지, 스트리트 랜드마크 구조물 등 서울 도심의 명소를 현장 곳곳에 구현했고, 청계천을 연상케 하는 돌담벽과 바닥 영상으로 공간 전체를 서울의 골목 풍경으로 탈바꿈시켰다. K-뷰티, K-푸드, K-스토리 등 다양한 K-트렌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300개의 부스가 마련돼 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K-스토리 존'에서는 CJ 4D플렉스의 스크린X 상영관을 통해 K-콘텐츠를 보다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K-시네마 쇼케이스'에는 한국 역대 최다 관객 영화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과 '범죄도시'로 흥행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강윤성 감독이 직접 참석해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콘텐츠와 K-콘텐츠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
K-뷰티 존에서는 올리브영이 올해 처음 선보인 '올리브영 페스타' 월드투어의 첫 시작인 '올리브영 페스타 재팬 2026'이 열려 방문객들의 인기 스폿이 됐다. 한국의 밤거리와 먹자골목 분위기를 구현한 'K-푸드 존'은 1000여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운영됐음에도 스트리트 푸드와 K-디저트를 즐기려는 인파로 쉴 새 없이 북적였다.
공연도 풍성했다. 올해 행사에는 제로베이스원, 알파드라이브원, 이즈나, 코르티스, 킥플립, 하츠투하츠 등 총 33팀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매일 밤 열린 '엠카운트다운' 무대는 올해 처음 선정된 '케이콘 글로벌 앰배서더' 성한빈의 오프닝 스테이지로 시작됐다. 헤드라이너의 약 1시간 단독 공연을 중심으로 아티스트 간 컬래버 스페셜 무대와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가 더해지며 단순 공연을 넘어선 인터랙티브 쇼로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팬과 아티스트가 직접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 15팀을 소개하는 엑스 스테이지(X STAGE) 쇼케이스부터 포인트 안무를 직접 배우고 커버 댄스 챌린지와 랜덤 플레이 댄스까지 즐길 수 있는 댄스 스테이지가 높은 호응을 얻었다.
아티스트 단독 공연을 시간대별로 골라 볼 수 있는 아티스트 스테이지는 지난해보다 확대된 약 7800석 규모로 운영됐다. tvN '우주를 줄게'의 배우 박서함과 '폭군의 셰프'의 배우 이채민도 현장을 찾아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엠넷플러스 오리지널 '케친소'(케이콘 친구를 소개합니다)도 현장 밀착형 콘텐츠로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굿즈 아니라 경험… 달라진 케이콘 MD
올해 케이콘 행사의 또 다른 볼거리는 머천다이즈(MD·굿즈)였다.
케이콘 MD는 매년 그해의 테마와 K-라이프스타일을 상품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공연 기념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올해는 워크 인 소울 시티 테마에 맞춰 서울을 여행하는 하루를 상품으로 풀어냈다.
한강에서 라면을 먹고, 밤거리의 네온사인을 구경하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셀카를 찍는 여행자의 하루가 그대로 아이템이 됐다.
정성아 CJ ENM 아티스트사업팀장은 "단순히 아이템을 소장하는 것을 넘어 경험을 가져갔다는 의미를 주고 싶었다"며 "소울시티를 즐기는 여행자나 방문객이라면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를 상상하면서 상품으로 풀어낼 수 있는 요소들을 캐치해냈다"고 설명했다.
케이콘 MD는 크게 케이콘 테마를 담은 기념품 성격의 상품과 아티스트 지식재산(IP)를 활용한 공연 굿즈 형태의 상품 두 가지로 나뉜다.
케이콘 테마 MD는 그해 라인업이 담긴 그래픽 티셔츠나 스티커, 에코백처럼 행사의 분위기를 녹인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구성된다. 반면 아티스트 MD는 멤버 사진과 팀 로고 등을 활용하면서도 그해 테마를 아티스트 IP에 녹여내는 데 공을 들인다.
가장 화제를 모은 건 'K-누들 세트'였다. 라면 용기 뚜껑을 누르는 '라면 스토퍼'를 아티스트 포즈 피규어로 형상화한 이 상품은 출시 직후 팬덤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퍼졌다.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바라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케이콘 글로벌 앰배서더 성한빈의 미니 캠코더 세트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아티스트 손 편지와 포토카드로 구성된 한정 상품으로, 출시 직후 조기 품절됐다.
이외에도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아티스트 피규어와 역명판을 결합한 키링, 도심 야경을 형상화한 LED 네온 간판 미니어처, 트래블 다이어리, 뷰티·헤어용품까지 K-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이템으로 풀어냈다.
올해는 한국계 미국인 일러스트레이터 에스더 김의 캐릭터 '에스더버니'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선보였다. 케이콘이 캐릭터와 상품화 협업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에스더버니는 작년 일본 캐릭터 인기 지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일본 젊은 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윤재희 CJ ENM 컨벤션사업팀 담당자는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성장한 작가의 배경이 일본에서 시작해 미국까지 행사를 이어가는 케이콘의 여정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두 나라의 감성을 케이콘 무드와 함께 녹일 수 있는 캐릭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팬들이 MD를 구매하는 과정 자체도 새로운 경험이 됐다. 공식 앱에 30분 단위 MD 부스 사전 예약 기능을 도입해 예약자는 지정 시간에 빠르게 입장하고, 예약하지 못한 팬은 대기하는 동안 랜덤 캡슐 토이(가챠)를 즐길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정팀장은 "줄을 서는 것 자체를 즐기는 팬덤 문화가 있다"며 "그 안에서 팬들이 더 다양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케이콘이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열리는 만큼 MD도 현지 팬들의 취향에 맞춰 다르게 기획된다.
일본은 아기자기한 소품을 수집하는 컬렉팅 문화가 강한 만큼 디테일이 살아있는 아이템 위주로 구성하고, 미국에서는 실용성과 패션 아이템 쪽에 무게를 두는 식이다. 아이템뿐 아니라 판매 방식이나 프로모션도 그 나라 팬들의 성향에 맞게 달리 가져간다.
케이콘 재팬 2026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20일부터 서울 상암 CJ ENM 센터 1층에서 MD 샘플 전시와 가챠 체험, 사진 인화 서비스를 갖춘 팝업 행사 '라이브 포토 스테이션'이 열린다.
정팀장은 "일본에 가지 못한 국내 팬들에게 상품들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웠다"며 "이런 시도를 계속해나가면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콘의 글로벌 행보는 계속된다. 오는 8월에는 '케이콘 로스엔젤레스(LA) 2026'으로 미국 무대에 선다.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NCT 127, 제로베이스원,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헤드라이너로 나선다. 킥플립, 아일릿, 올데이프로젝트, 알파드라이브원 등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K-팝 공연과 함께 뷰티·푸드·콘텐츠 등 K-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현지 팬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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