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부모찬스 정조준…주택 취득 3600억·탈루 1700억 추정

강남 넘어 성북·광명까지…국세청, 편법 증여·현금거래 추적

30대 초반 사회초년생 A씨는 수도권 신도시에 있는 20억원대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소액의 담보대출만 받았다. 부족한 취득자금 대부분은 상가 건물주인 부친에게서 10여억원을 빌려 마련했고, 차용증도 작성했다. 차용증에는 상환기한을 부친 사망 시점으로 하고 이자도 만기에 한꺼번에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상환 능력이 부족한 자녀가 허위 채무계약으로 부모로부터 주택취득 자금을 편법 증여받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대출 규제를 피해 현금으로 집을 사들이거나 부모 자금을 활용한 편법 주택거래들이 국세청 조사망에 걸려들었다.

국세청은 최근 시장 흐름을 고려해 탈세 우려가 큰 거래 유형을 선별하고 탈루 혐의자 127명을 조사 대상으로 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주택 취득 금액은 약 3600억원, 추정 탈루 금액은 17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부모 자금 편법 지원과 현금 거래 등을 주요 의심 유형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B씨 부부는 학군이 좋은 지역의 30억원대 아파트를 대출 없이 공동 매입했다. 신고 소득에 비해 현금성 자산이 많았던 데다, 고액 자산가인 부친이 아파트 취득 직전 해외주식을 30여억원에 처분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해당 자금 사용처는 불분명한 상태다. 국세청은 부친의 해외주식 매각 대금이 아파트 취득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있다.

국세청은 자금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업소득을 빠뜨리거나 법인 자금을 빼내 주택 취득에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또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수사기관 고발 등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국세청은 강남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뿐 아니라 최근 거래가 집중되며 가격이 오르는 서울 비강남권과 경기 일부 지역 거래 동향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또 국토교통부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바탕으로 소득·재산 내역 등 다양한 자료를 대조해 탈루 혐의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국세청은 사업자대출을 빼돌려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사례에 대해서도 상반기 자진 시정 기간을 거쳐 하반기부터 전수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대출금 유용 과정의 탈세 여부뿐 아니라 관련 사업체 전반의 탈루 여부까지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투기성 거래와 부의 이전을 위한 편법적인 자금조달에 대해서는 가용한 조직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조사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등 자금출처 검증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지난 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곳곳에 아파트가 빼곡하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곳곳에 아파트가 빼곡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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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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