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라그치 장관 통화 다음날 알린 이란 외무
韓외교부 전날 “나무호 피격 사실관계 입장 요구”
나무호 쏙 뺀 이란 “불안정 美·이스라엘 공격탓”
외무 대변인 “가짜 깃발작전일수도” 화살돌리기
‘이란군 개입 주장 거부한다’던 주한대사관 침묵
“韓선박 공격, 주권집행 신호” 국영 논설 선례도
강경파 통신들 韓외교부 발표 증거사진 관망만
韓얘기 없다가 전날 성범죄 구속 선수 석방 부각
이란 정권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의 아랍에미리트(UAE) 측 수역에서 한국 선사 운용 ‘HMM 나무’호가 피격한 사건이 한국-이란 외교장관 대화 의제로까지 올라갔지만, 이란 측은 뚜렷한 해명을 피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 탓’이라거나 제3국의 소행일 수 있다는 태도다.
이란 외무부는 18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두차례에 걸친 공지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조현 한국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와 지역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양측은 이 통화에서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의 역사에 대해 언급하며,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란 외무부는 “아라그치 장관은 통화에서 페르시아만(걸프)과 호르무즈 해협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이 지역에 가해진 강요된 불안정과 그로 인한 전 세계적 여파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권의 이란에 대한 공격적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국제사회에 책임을 져야된다고 강조했다”고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조현 장관은 자국의 입장으로서 ‘역내(중동 지역)와 전 세계에서 해상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게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외교적 노력들이 가급적 조속히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이는 한국 외교부가 전날(17일) 양국 외무장관 통화 사실을 전하며 조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 관련 정부의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란 측에도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된다.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안전과 자유로운 항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전언만은 일치돼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통항이 회복돼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명’하면서도 ‘해협 내 대치 상황이 조속히 종료돼야 한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양측은 해협 내 한국선박과 선원 안전을 위해 계속 소통해나가기로 했다. 양국 외무장관 통화는 지난 2·28 개전 이후 네번째로 전날 통화는 우리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역내 어떤 행위자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우리도 의문”이라며 공격 주체를 특정하길 꺼렸다. 그는 이란 측도 사건을 조사 중이라면서도 “역내 일부 세력이 지역 불안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도 서슴지 않는단 점을 모든 나라가 알아야 한다”며 위장된 이른바 ‘가짜 깃발작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란 정권은 나무호 피격 관련 주한이란대사관의 지난 6일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이 입은 피해와 관련된 사건에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군이 개입했단 모든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강력히 부인한다”는 성명 이후 공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드론과 미사일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비행체 피격에 따른 파공을 확인한 뒤로도 침묵 중이다.
이같은 조사결과 설명을 듣기 위해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10일 한국 외교부 청사를 찾았고, 한국 선박 공격을 여전히 부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란) 외교부에 물어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 이후 물밑에서 이란 측 입장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이란대사관은 지난 12일 ‘조사·감식 결과 샤헤드-136(이란제 자폭드론)이 나무호 피격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입장을 낼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와 검토가 계속 진행 중이며, 전문가 감식 결과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안의 세부 내용과 성격에 대해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란 매체들의 태도는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최고지도자 친위 군사조직) 계열 타브나크 통신은 지난 4일 오후 나무호 피격 수시간 만에 정체불명 컨테이너선이 불길에 휩싸인 영상을 보도하며 한국 피격이 추정된다고 했다. 국영 IRIB 방송 소유의 프레스TV는 6일 데스크 논설에서 “공화국이 새로 설정한 해상규칙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겨냥한 공격은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이란은 자국 주권적 권리를 ‘물리력으로 집행’할 것이란 점”이라고 공언했다.
우리측 공개 증거를 ‘관망’하기도 했다. IRGC 계열 타스님·타브나크 통신은 지난 11일 그 전날밤 한국 외교부 공개사진을 보도하면서 “한국 정부는 화물선 HMM 나무호가 4일 드론 2대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다”며 “새로 공개된 사진엔 선박 후미에 폭 5m, 깊이 7m에 달하는 거대한 구멍이 보인다. 첫번째 드론은 기관실 화재를 이릉켰고 두번째 드론은 선박 후미에 화재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란군의 개입 여부에 대한 입장 자체를 싣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가운데 타브나크 통신은 17일 경북 구미 제26회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이란 국가대표 육상선수 2명 등 총 4명이 지난해 5월 31일 우리나라 20대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을 재론했다. 4명 모두 구속기소됐다가 지난해 12월 1심 선고에서 선수 2명은 특수강간 양형 기준에 못 미치는 징역 4년형을 받고 나머지 2명은 무죄를 받았단 1월 한국 보도를 인용하면서다.
통신은 “에흐산 하다디 이란 육상연맹 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란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사과하며, 한국에서 수감됐던 이란 육상 선수들 가운데 2명이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고 밝혔다”며 “이니셜 ‘A.M’과 ‘A.Z’로 알려진 인물들은 ‘피해자 진술 외에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부각시키는 태도를 보였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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