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말고 새로운 것 하자”… 대기업 떠나 합류
불꽃드론쇼 넘어 방산·인스펙션 시장으로 확장 계획
이장철 파블로항공 GS부문 부사장
“저와 DNA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후발주자로 쫓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해보자는 회사였거든요.”
이장철(사진) 파블로항공 글로벌 솔루션(GS) 부문 부사장은 18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드론 스타트업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부사장은 20년간 한화에서 서울세계불꽃축제와 평창동계올림픽 불꽃 연출을 맡았던 ‘한화맨’이었다. 그는 한화에서 불꽃축제와 평창동계올림픽 불꽃 연출 등을 맡으며 오랜 기간 ‘하늘 위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그러던 중 2010년에 드론을 접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이 부사장은 “농약 살포용 드론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달아 시험 비행하는 걸 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며 “저기에 불꽃을 달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후 국내 최초 수준의 ‘불꽃 드론’ 개발에도 참여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은 그에게 큰 전환점이었다. 당시 인텔의 드론쇼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국내 기술은 아니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그때부터 국내 드론 기업들을 보기 시작했다”며 “후발주자가 단순히 미국이나 중국을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선택한 곳이 2018년 설립된 신생 드론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이었다. 당시 국내 드론쇼 기업들은 대부분 LED 드론을 띄우는 ‘드론 라이트쇼’ 사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블로항공은 달랐다.
당시 대부분 업체들이 LED 드론쇼 자체에 집중할 때, 파블로항공은 불꽃 드론 같은 새로운 시도에도 선뜻 뛰어들었다. 이 부사장은 “그 부분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이후 한화와 파블로항공은 함께 불꽃 드론쇼 기술을 개발했고 미국과 국내에서 관련 특허도 확보했다. 2020년에는 기아 리브랜딩 행사에서 300대 규모 불꽃 드론쇼로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결국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파블로항공에 합류했다.
2021년 그가 합류했을 당시 직원 수는 20여명 수준이었다. 매출도 사실상 초기 단계였다. 하지만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직원 수는 약 270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수백억원대 매출과 기업공개(IPO)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이 강조하는 파블로항공의 핵심은 ‘드론쇼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회사를 “군집조율 플랫폼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파블로항공이 정의하는 군집조율 기술은 여러 대 드론이 서로 협력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이다. 새떼나 벌집처럼 개체 간 정보를 주고받으며 움직이는 자연의 군집 지능에서 착안했다.
이 부사장은 “사람들은 드론쇼를 보면 군집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각각의 드론에 사전 경로를 입력하는 방식”이라며 “파블로항공이 지향하는 건 스스로 판단하고 협력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파블로항공 기술 수준이 3단계를 넘어 4단계 실증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물이나 돌풍 같은 돌발 상황에서도 인공지능(AI)를 탑재한 리더 드론이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며, 이러한 판단을 군집 드론 모두가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인 것이다.
파블로항공은 이 기술을 방산과 인스펙션(검사) 시장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항공기 외관 검사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있다.
현재는 사람이 수시간 동안 직접 외관을 점검하지만 드론과 AI를 활용하면 검사 시간을 대폭 줄이고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상 로봇과 드론을 결합한 시설 점검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과 연계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업시설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로봇이 지상을 이동하며 점검하고 높은 곳이나 장애물 구간은 드론이 맡는다.
이 부사장은 드론 산업의 미래를 ‘피지컬 AI’와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드론도 결국 움직이는 AI”라며 “군집 기술에 AI 자율성을 결합하면 방산뿐 아니라 물류와 점검, 로봇까지 다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이미 해외를 향하고 있다. 파블로항공은 2021년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을 포함한 현지 드론 테스트베드 사업에도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드론쇼 기체를 미국에 수출하며 LA 다저스타디움 등 현지 공연에도 활용됐다.
이 부사장은 “한국 드론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2% 수준에 불과하다”며 “결국 글로벌로 가야 한다. 특히 미국 시장은 규제가 까다롭지만 그 허들을 넘는 과정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파블로항공은 여러 대 드론과 로봇, 수상정까지 연결하는 ‘군집조율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나스닥 상장도 꿈꾸고 있다.
이 부사장은 “후발주자라고 해서 단순히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군집조율 기술과 자율 비행 기술을 기반으로 파블로항공만의 경쟁력을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글·사진=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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