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가평)

“최근 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학생의 모국어를 할 줄 아는 이중언어강사도 구하기 힘들다 보니 수업 자체가 상당히 어렵네요.”

9개국 국적의 이주배경학생이 분포돼 있는 어느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는 의문이 들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이 있는 학교에서는 어떠한 교육이 필요할까?

전교생 가운데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30%를 넘어선 ‘다문화 밀집학교’에선 한국어가 서툰 학생과 학부모가 번역기를 돌려가며 교사와 소통하려 애쓰지만, 미묘한 의미 차이나 복잡한 행정 용어 앞에서 번번이 장벽에 부딪히고 만다. 교사가 어떻게든 학생들과 소통하며 수업을 진행해보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저출산과 인구 절벽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초·중·고 학교의 이주배경학생이 20만명이란 현실은 다문화교육이 더 이상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필수라는 점을 방증한다. 이주배경학생들은 이미 우리 공교육 체계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에만 집중한다고 성과가 나지 않는 만큼, 이주배경학생의 다문화 정체성을 존중해 한국어와 모국어 교육을 조화롭게 병행할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통합은 일방적인 흡수가 아니라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제 다문화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 학생들도 이주배경학생의 모국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존중하며 훌륭한 자산으로 이어가도록 이중언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교폭력이나 소외 문제의 예방을 넘어, 높은 인지적 유연성과 문화적 수용성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핵심 인재를 양성할 가장 확실한 투자다.이러한 맥락에서 ‘특수외국어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지난 4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6년에 법이 제정된 후 대대적인 변화다. 특수외국어는 국가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필요한 외국어를 정해둔 것으로 현재 베트남어·태국어·우즈베크어 등 53개 언어가 지정됐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전국의 교육청과 연계해 특수외국어교육센터를 구축하고 특수외국어를 공부한 대학의 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이나 일부 전문기관에 머물러 있던 특수외국어의 저변을 공교육 현장으로까지 확장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단순 어학 교육의 확대를 넘어선다. 특수외국어교육센터는 학교에서 소외된 이주배경학생들에게 체계적인 이중언어교육과 통·번역을 지원하는 전초기지가 된다. 검증된 전문인력은 교사의 특수외국어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이주배경학생들이 한국어를 보다 잘 이해할 뿐 아니라 모국어 능력도 보존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이주배경학생의 이주 출신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고, 한국과의 경제협력 비중도 높아질 국가들이다. 특수외국어 기반의 이중언어교육 확대 정책은 대한민국의 활동 영역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중언어나 다국어교육은 한국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글로벌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해서 교실의 풍경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현재 대학의 특수외국어 전공자들은 해당 국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높은 수준의 언어 구사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발휘할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공을 포기하거나 방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일선 학교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이중언어강사나 다문화 코디네이터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수급의 불일치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심각한 인적 자원 낭비다. 시간제 강사 몇 명을 고용하는 땜질식 처방을 넘어 특수외국어 전공자들을 정규 교육과정의 파트너이자 지역사회 소통을 돕는 가교 역할로 활용해야 한다.

다양성은 곧 경쟁력이다. 교실에서 들리는 낯선 언어들을 존중하고 교육의 영역으로 끌어안는 것은 그들이 가진 세계를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편입시키는 소중한 과정이다. 아이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성장하는 진정한 다문화사회, 침묵하던 교실이 다양한 언어로 대화가 꽃피울 때 대한민국의 미래도 한층 더 넓어지는 포용적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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