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다시 에볼라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과 우간다에서 발생한 에볼라 발병 사태와 관련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분디부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된 것이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AP통신은 WHO를 인용해 지금까지 에볼라 관련 300건 이상의 의심 사례와 8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WHO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질병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다른 나라에도 공중보건상 위험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미 국제적 확산 사례가 확인됐다"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WHO에 따르면 전날 기준 민주콩고 이투리주(州) 부니아, 르왐파라, 몽그발루 등 3개 지역에서 에볼라 확진자 8명, 의심 환자 246명이 보고됐습니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볼라 의심 사례 336건을 보고했습니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도 최근 2명의 확진자가 확인됐으며, 이들 중 1명은 캄팔라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우간다 당국이 밝혔습니다. 우간다 확진자 2명은 모두 민주콩고에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으나, 두 사례가 서로 뚜렷한 연관성은 없다고 WHO는 설명했습니다.
우간다에서 보고된 2건을 제외한 모든 에볼라 발병 사례는 민주콩고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번 발병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분디부교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변종은 지난 2007년 우간다 서부 분디부교에서 발견되어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시신에 입을 맞추거나 끌어안는 풍습 탓에 분디부교 바이러스는 급격히 확산됐었지요. 당시 한 달여 만에 149명이 감염되었고 그 중 37명이 사망했습니다. 분디부교는 다른 변종보다는 치명률이 다소 낮은 편이지만 출혈·장기 손상 등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감염병입니다.
민주콩고는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확인된 이후 이번까지 총 17차례 에볼라 발병을 겪었습니다. 이전 발병은 대부분 자이르 계통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드문 분디부교 계통입니다. WHO는 초기 검사에서 높은 양성률이 나타났고 의심 환자도 계속 늘고 있어 실제 감염 규모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현재로서는 이번 사태 관련 실제 감염자 수와 지리적 확산 범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의심 사례의 역학적 관계에 대한 이해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WHO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현재 승인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는 점에서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다만 WHO는 이번 사태가 전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WHO는 각국 정부에 국가 재난·비상 대응 체계를 즉각 가동하고 국경 검문과 주요 도로 검사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확진자는 즉시 격리하고 접촉자를 매일 추적 관찰해야 하며, 노출 이후 21일간 국제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WHO는 공포에 따른 국경 폐쇄나 무역 제한 조치는 오히려 비공식 국경 이동을 늘려 방역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에볼라는 발열·근육통·구토·설사 등을 유발하는 치명적 감염병으로, 치사율이 최고 90%에 달합니다. 감염자의 체액이나 오염 물질, 사망자와의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됩니다. 치사율이 워낙 높아 아프리카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대규모 보건 위기를 초래해왔습니다. 이번에 분디부교 바이러스 발병이 확인되면서 현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방심하면 대규모 전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경을 넘는 감염 확산이 현실화된 만큼 초기 차단과 국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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