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연 금융증권부 금융팀장
“하반기엔 대출 창구가 대부분 닫힌다는데 지금 받아야 할까요?” 요즘 금융권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질문이다. 기자들끼리도 만나면 결국 이 얘기로 돌아간다. 은행권 관계자들도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을 반복한다.
실제로 매년 하반기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올해는 단순한 ‘조이기’를 넘어 체감상 “막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 분위기는 이미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일부 상품 한도를 조정하며 대출 관리에 들어갔다. 은행 입장에서는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연초 설정한 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상반기에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면 하반기에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변수들이 겹쳐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재반등 조짐과 거래 회복 흐름, 정책대출 수요 증가까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적용 가능성과 금융권 건전성 관리 기조까지 겹치면서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일부 은행이 공격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서며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였지만 최근에는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주담대와 갈아타기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하반기 여력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며 “대출을 전면 중단할 수는 없으니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만기를 줄이는 식으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실수요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은행 창구에 가면 “지금이라도 미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대출 가능 한도와 금리를 미리 확인하려는 문의도 급증했다. 입주 예정자나 갈아타기 수요자들은 하반기 대출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반기 안에 실행하려는 수요가 확실히 늘었다”는 말까지 나오는 중이다. 대출 시장이 숫자보다 심리에 더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지난해에도 일부 은행에서 한도 축소와 우대금리 조정이 반복되자 대출 창구마다 혼선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그 강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수요자들이 앞다퉈 대출 창구로 달려가면 대출 잔액은 더 가파르게 늘고, 이는 다시 당국의 강력한 규제를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다.
물론 “대출이 100% 막힌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 역시 서민과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주거 사다리마저 걷어차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핵심은 다주택자의 레버리지 투자나 투기성 대출의 ‘선별적 차단’이다.
다만 시장 체감은 다르다. 같은 조건이라도 금리가 오르거나, 한도가 줄거나,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막혔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문제는 시장 심리다. 대출 규제 강화 우려가 커질수록 오히려 상반기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막차 심리’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될 때 거래량과 대출 신청이 동시에 증가하는 패턴이 자주 나타난다. 은행권 역시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하반기에는 더욱 보수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향후 금리와 집값 흐름이다. 만약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다면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기조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거나 거래가 다시 꺾이면 조절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은 이미 숫자보다 분위기에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속도를 조절하려 하고, 소비자는 불안해하며, 시장은 눈치를 보고 있다. 대출이 전면 차단되지 않더라도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심사 강화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체감상 ‘빙하기’를 느끼게 된다.
이런 심리는 대출 수요를 더 자극하고, 다시 규제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시장 심리 안정에 더욱 신경 써야 할 시점이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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