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해석 엇갈리며 파업 범위·법 적용 놓고 공방

법원이 삼성전자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반도체 공장의 핵심 인력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자, 삼성전자가 우려했던 최악의 생산 차질 가능성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둘러싼 ‘필수 인력 범위’ 해석을 놓고 노사 간 입장은 정면으로 갈렸다. 노조는 주말 수준의 최소 인력만 유지해도 법원 판단을 충족한다는 해석을 내놓은 반면, 사측은 평일과 주말 모두 평시 기준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18일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안전 보호시설 운영과 시설 손상 방지, 제품 변질 방지를 위한 인력 투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단으로 파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산 차질이 일정 부분 제한되면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 등 주요 원재료 손상에 따른 피해 규모가 1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의 결정은 일부 핵심 인력에 한정된 만큼,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의 대규모 파업 자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가처분 적용 대상 인력은 약 7000명으로 반도체 부문 인력의 약 9%, 전체 인력의 5.5% 수준으로 추산된다.

노조는 이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21일 예정된 쟁의활동을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노사 협상에도 타결을 목표로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필수 인력 범위에 대해 사측과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법원 결정문에서 ‘평상시’의 의미를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을 뜻함”이라고 적시한 점을 근거로, 주말 수준의 최소 인력만 유지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노조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마중은 입장문에서 ”사측은 평일 인력 기준으로 필수 업무를 수행할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만 7천명이 근무하게 돼 쟁의권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노조의 주장인 ‘주말 또는 연휴 인력’ 근무가 가능해 (실제 근무 인원은) 7천명보다 더 적은 인력이 근무할 것이어서, 사실상 쟁의행위에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사내 공지를 통해 이러한 해석이 법원 판단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법원이 결정문은 쟁의기간 중 평일의 경우에는 평일 수준의 인력을, 주말·휴일의 경우에는 주말·휴일 수준의 인력으로 안전 보호시설 및 보안 작업을 유지하라는 의미임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일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관련 부서는 평시 수준의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정상 출근이 필요한 인력에 대한 별도 안내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 역시 ”이 사건에서 채무자(노조)들은 ‘주말·휴일 기준 최소인력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채무자들의 주장을 명시적으로 배척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인용 및 기각 사안을 구분해 판단한 만큼, 일부 문구만을 근거로 결정을 달리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사 간 법원 판단을 둘러싼 해석 충돌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왼쪽)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과 최승호(오른쪽)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왼쪽)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과 최승호(오른쪽)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일 기자(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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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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