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원 규모 ‘농축산물 잭팟’… 트럼프, 재선 가도 실리 챙기기

희토류는 원론적 합의 그쳐… 공급망 주도권 쥐고 버틴 시진핑

‘북핵 비핵화’ 한목소리 속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금지 명문화

미중 신설 위원회로 ‘무역 휴전’… 단기 성과와 장기 전략의 격돌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농산물 및 항공기 구매를 골자로 하는 ‘무역 휴전’에 합의했다.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팩트시트를 발표하고, 양국이 공정성과 호혜성에 기반한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중국의 대대적인 미국산 물량 공세다. 중국은 오는 2028년까지 연간 최소 170억달러(약 25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확약했다. 2028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산 쇠고기 시설 400여 곳에 대한 수출 허가를 갱신하고, 잔여 제한 조치 해제를 위해 미국 규제 당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 지역으로 판정된 주에서는 가금류 수입도 재개된다. 기대를 모았던 보잉 항공기는 총 200대 규모의 구매가 확정됐다. 백악관은 이를 두고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제품의 신규 시장을 열어줄 포괄적 약속을 협상해냈다”고 자평했다.

반면 중국이 보복 카드로 활용해 온 희토류 등 핵심 광물 분야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나 강제성 있는 약속이 빠졌다. 백악관은 이트륨, 스칸디움, 네오디뮴, 인듐 등을 거론하며 “공급망 부족과 관련해 중국이 미국의 우려를 다룰 것”이라는 원론적인 문구만 삽입했다. 희토류 가공 장비와 기술 판매 제한에 대해서도 동일한 표현이 사용되어, 중국 측의 실질적인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은 민감하지 않은 상품의 교역을 논의할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합의하며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비교적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양 정상은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으며,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가 원칙에도 동의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촉구하며 “어느 국가나 기관에도 통행료 부과가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짧게 보도해 온도 차를 드러냈다.

이번 회담을 두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농축산물 수출 등 가시적인 ‘숫자’를 챙기는 데 집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500대 규모로 예상됐던 보잉기 수출이 절반 이하에 그친 점은 한계로 꼽힌다.

반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미국과 대등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등 장기적인 전략적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다. 미국이 발표문에 사용한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라는 표현 역시 중국 측이 먼저 제시한 용어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양국의 복잡한 수싸움을 방증하고 있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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