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개업소 매물판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중개업소 매물판 모습. 연합뉴스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둘째 주(5월11일 기준)까지 누적 3.10% 상승했다. 상승폭은 작년 동기(1.53%)의 2배 수준이다.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2.89%로, 작년 같은 기간(0.48%)과 비교하면 무려 6배에 달한다. 월세 상승률 역시 4월까지 2.39%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0.57%) 수준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매매와 전세, 월세가 동시에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트리플 강세’ 국면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상승폭이 확연하게 커지는 양상이다. 만약 주식으로 벌은 돈이 부동산으로 이동한다면 집값은 더 뛸 수 밖에 없다. 수급지수도 매도자 우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집을 사기도, 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를 말하지만 시장은 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정책의 무게 중심은 여전히 수요 억제와 세제 규제에 쏠려 있다. ‘공급 확대’라는 구호는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인허가 지연과 사업성 악화, 주민 간 이해관계 충돌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도심 6만 가구 신속 공급을 약속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체감 변화는 미미하다. 반면 규제 메시지는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 보유세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 세제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장에선 ‘팔지 말고 버티자’는 심리와 ‘규제 전에 사두자’는 심리가 동시에 뒤엉키고 있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접근은 결과적으로 시장 왜곡만 키웠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매물 잠김 현상은 심화했고, 공급 부족 속에서 집값과 전셋값은 폭등했다. 지금의 시장 흐름은 당시와 똑 닮아 있다. 집값은 정부 의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공급 부족이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규제에 다시 기대려 한다면 시장은 불안해질 것이다. 이제는 ‘집값과의 전쟁’이라는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패러다임을 버리고, 공급과 시장 기능 회복 중심의 현실적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트리플 강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더 큰 주거 불안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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