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후보 등록 마감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후보자 명부를 보면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후보자 7569명 가운데 2554명(33.7%)이 벌금 100만원 이상의 전과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주민의 삶을 돌보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끌어가겠다는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이 이토록 바닥을 치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범죄 유형을 들여다보면 더 기가 막힌다. 잠재적 살인 행위나 다름없는 음주 운전과 무면허 운전은 애교 수준이다. 사기, 폭행, 상해, 횡령, 배임 등 민생을 파탄 낸 파렴치한 전과를 주렁주렁 단 후보들이 버젓이 표를 달라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심지어 전과 14범, 15범을 기록한 인물들까지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기는커녕 공직을 맡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범죄자들의 신분 세탁소나 도피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이 지경이 된 일차적 책임은 공천권을 쥔 정치권에 있다. 거대 양당을 비롯한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도덕성 강화’와 ‘칼날 검증’을 입버릇처럼 외쳤지만 실제 공천 과정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중앙당 권력자를 향한 충성도를 보고 공천권을 행사했다. 도덕적 흠결이 아무리 커도 ‘우리 진영 후보니까 괜찮다’며 감싸고 도는 진영 논리가 함량 미달의 전과자 무더기 출마 사태를 부른 것이다. 이는 주권자인 유권자를 안하무인으로 우습게 보는 오만한 행태다.
지방자치가 도입된지 벌써 서른 해가 넘었지만 지방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본인 또는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에 관급 공사나 수의계약을 몰아주며 ‘이익 이너 서클’을 만들거나, 측근들을 지방공기업, 문화재단, 체육회 등 산하기관의 장과 임원으로 임명해 자금과 조직을 장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과자들에게 지역의 예산과 행정을 맡겨놓고 청렴과 혁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당 의 간판만 보고 맹목적으로 투표하는 ‘묻지마 투표’의 악순환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내 지역을 책임질 후보가 도대체어떤 인물인지, 과거에 어떤 죄를 짓고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선거공보물과 선관위 홈페이지를 샅샅이 살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격 미달의 후보들은 유권자가 투표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철저히 심판해야 한다. 유권자가 눈을 부릅뜨고 깨어 있어야만 지방자치의 타락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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