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글로벌 저금리 시대는 종언을 고한 것인가.
경기 부양을 위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취해왔던 통화완화 정책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금리 인하와 통화량 확대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확충하려는 통화정책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저금리와 유동성 팽창속에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 배경엔 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작용한다. 지난 15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9.26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05.42달러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최근 한 달간 10~11% 급등했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폭등한 수준이다.
중동발 유가 충격으로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대비 0.6%, 전년대비 3.8% 올라 3년 만에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제프리 슈미드(Jeffrey Schmid) 미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국제유가 강세에 더해 환율 상승에 따른 누적 물가 압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가 억제를 위해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을 시행할 것이란 전망을 미리 반영해 세계의 국채 금리는 뜀박질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미국과 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과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1.2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766%에 장을 마쳤다. 3년물이 3.7%대까지 오른 것은 202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10년물 금리는 연 4.217%로 13.2bp 급등하며,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12.9bp, 9.5bp 상승해 연 4.016%, 연 3.605%에 마감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5%를 웃돌았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한때 2.7% 이상으로 오르며 1997년 5월 이후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의장 교체를 앞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연 3.50% ~ 3.75%인 기준금리를 연내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료하고 조만간 인상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연준 기준금리 전망치는 3.65%에 달했다. 한국은행(한은)은 고유가로 인한 미국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연준 의장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준의 관망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선 구조적인 공급망 분절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미 ‘중립금리’(Neutral Rate)의 하한선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즉, 과거의 0~1%대 저금리는 다신 오지 않는 경제적 예외였으며, 현재 3% 중후반대 금리가 ‘새로운 정상’(뉴 노멀)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연 3.85%에서 4.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전달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높인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도 하반기부터 각각 2차례, 1차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씨티은행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4월까지 총 네 차례 올려 최종 금리가 연 3.5%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에는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인상을 전망했으나, 인상 예상 횟수를 늘렸다. 모건스탠리 또한 한은이 올해 4분기부터 금리를 총 3차례 올려 내년 상반기에 최종 금리가 3.2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잠재 수준을 웃도는 성장률 지표와 물가 상승 압력 누적 등으로 인해 한은이 1차 에너지 가격 충격이 진정된 이후 통화 긴축 영역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자산 시장에는 대격변이 초래된다. 돈의 흐름이 주식과 부동산에서 예금과 저축 등 안전 자산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또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도 가중된다. 한은에 따르면 향후 한 차례만 기준금리가 인상돼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경우 가계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은 1인당 15만원 이상 총 3조2000억원이 늘어난다.
‘채권 왕’(Bond King)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채권 투자자이자 미 미 더블라인 캐피털(DoubleLine Capital)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제프리 건들락은 지난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주식 등 위험 자산에서 손을 떼고 현금·금·실물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라고 경고했다.
논설실장 hckang@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