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여부 촉각…대법 자체 조사선 “직무 관련성 없다” 결론
청탁금지법 위반 적용 가능성도…접대액 1회 100만원 넘어야 처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재판장을 지낸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이른바 ‘룸살롱 접대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피의자 조사를 받으면서 사건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7일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11월 지 부장판사의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 기록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후 약 6개월 만이자, 사건 접수 약 1년 만의 첫 대면 조사다.
이번 의혹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지난해 5월 “지 부장판사가 2023년 8월께 서울 서초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로부터 여러 차례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이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공수처는 유흥주점 업주로부터 당시 술값이 300만원을 넘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조사가 이뤄진 만큼 조만간 사건 처분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쟁점은 접대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그리고 1회 접대 금액이 100만원을 초과했는지 여부다.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더라도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수수 시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접대 금액이 기준을 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청탁금지법 위반 적용을 검토하는 한편, 뇌물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 적용을 위해서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명확한 증거로 입증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난해 9월 자체 조사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공수처가 이를 뒤집을 수 있을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또 다른 쟁점은 공수처의 수사 권한 범위다.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 범죄에 청탁금지법 위반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아, 해당 혐의를 직접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리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뇌물죄 관련 범죄로 포섭해 수사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앞서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개시한 뒤 내란 혐의로 확대 적용한 바 있으며, 법원도 해당 수사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다만 공수처가 법리 검토 끝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로 이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 관계자는 “적용 가능한 혐의와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법리와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성 기자(kdsung@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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