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폭 8개월 만에 '최대치'
중저가 매매로 수요전환 탓
"수도권 안정 여부 지켜봐야"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쏟아진 대출 막차 수요와 전월세난에 내몰린 세입자들의 주택 '패닉 바잉'에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한 달 새 5조5000억원 폭증했다.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주담대 급증세에, 잠잠했던 주택 시장이 다시 요동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3조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1조2000억원 감소한 뒤 올해 1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은 주담대. 4월 전체 금융권 주담대는 5조5000억원 늘었다. 전월 증가폭인 3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2025년 8월 5조8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이 가운데 은행권 주담대는 2조7000억원 증가해 잔액이 937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은행 자체 주담대가 1조3000억원 증가했고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성 대출도 1조원 늘었다. 제2금융권 주담대는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가 다시 늘어난 배경에는 주택거래 회복과 규제 강화 전 대출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선수요가 맞물려 있다. 금융위는 1분기 중에서도 3월 거래량이 1·2월보다 급증하면서 은행권 주담대 증가로 이어졌다고 봤다.
한은이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12월 4만2000호에서 올해 1월 4만8000호, 3월 4만9000호로 늘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량도 같은 기간 1만9000호에서 2만3000호로 증가했다. 분양물량 역시 2월 7000호에서 3월 1만9000호, 4월 2만6000호로 늘며 중도금 대출 수요를 자극했다.
'전세난'까지 주담대 증가에 불을 붙였다.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2월 2000억원 감소한 데 이어 3월 4000억원, 4월 6000억원 줄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화'가 진행되면서 전세대출 자체는 감소했지만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 일부가 중저가 매매로 옮겨가면서 주담대 수요를 키웠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세를 원해도 물건을 구하기가 여의치 않아서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저가 매물 위주로 매매 거래가 늘고 있는 상황이 주담대 증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체결된 신규 전세계약은 3634건으로 전년 동기 6136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도 1만517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2만2424건보다 크게 감소했다.
향후 가계대출 흐름은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 여부에 좌우될 전망이다. 금융권의 대출 관리 기조가 까다로워지면서 증가세가 꺾일 수 있지만, 전세 물량 부족과 매매 전환 수요가 이어질 경우 주담대 증가 압력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가계대출의 가장 직접적인 선행지표는 주택시장"이라며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 가계대출 흐름이 안정적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진아·최정서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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