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 식당의 반미. 손님이 직접 싸 먹을 수 있도록 속재료와 빵을 제공하고 있다. 정래연기자
베트남 현지 식당의 반미. 손님이 직접 싸 먹을 수 있도록 속재료와 빵을 제공하고 있다. 정래연기자

베트남서 뭐먹지③ 반미

2022년 CNN은 반미(Bánh Mì)를 ‘아시아의 길거리 음식 50가지’ 중 하나로 선정했다. 반미는 겉보기엔 평범한 샌드위치 같지만 그 속에는 프랑스의 미식 전통과 베트남의 창의적인 식문화가 절묘하게 녹아 있다.

샌드위치와 바게트, 같은 듯 다른 ‘반미’

반미와 일반 샌드위치의 가장 큰 차이는 빵의 ‘밀도’와 ‘식감’이다. 프랑스 정통 바게트가 밀가루만을 사용해 묵직하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면 베트남의 반미용 빵은 쌀가루를 섞어 만든다.

덥고 습한 베트남 기후에서 밀가루는 쉽게 눅눅해질 수 있다. 쌀가루가 들어간 빵은 껍질이 얇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파삭’ 하고 부서진다. 가벼운 식감 덕에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속재료들과 어우러진다.

파테를 반미빵에 바르는 모습.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파테를 반미빵에 바르는 모습.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단짠·고소·새콤… 한 입에 담은 균형

반미의 매력은 오감을 자극하는 재료의 조화에 있다. 빵 안쪽에는 돼지나 닭의 간으로 만든 고소한 스프레드 ‘파테’와 마요네즈를 바른다. 여기에 햄이나 돼지고기 등 짭짤한 고기와 아삭한 오이, 고추가 들어간다. 무, 당근 절임 등 야채 절임을 넣어 음식에 산미를 준다. 새콤달콤한 절임 채소가 고기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고 마지막에 고수의 향긋함으로 풍미를 끌어올린다.

지역마다 반미의 특징도 다르다. 북부 하노이 스타일은 속재료를 절제해 담백한 맛을 강조한다. 남부 호찌민(사이공) 스타일은 다양한 종류의 고기와 허브, 소스를 듬뿍 넣어 풍성하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중부는 강한 양념과 매운맛을 더한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반미 샌드위치 이미지.
제미나이로 생성한 반미 샌드위치 이미지.

식민지 유산에서 전세계 사람이 먹기까지

반미는 ‘부드러운 흰 빵’을 뜻하는 프랑스어 ‘Pain de mie’에서 유래했다. 19세기 프랑스 식민통치와 함께 바게트가 들어왔다. 이때 바게트는 프랑스인과 소수 베트남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1차 세계대전 무렵, 밀 수입이 줄자 제빵사들이 비교적 저렴한 쌀가루를 섞어 빵 가격을 낮춰 판매했다. 덕분에 일반 베트남인들도 식사용 빵을 즐길 수 있었다.

1954년 베트남 분단 이후 100만명 이상의 이주민이 남쪽 사이공으로 이동했다. 베트남인들은 빠르게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앉아서 재료를 싸서 먹는 프랑스식에서 속재료를 넣어 들고 다닐 수 있는 샌드위치 형식으로 굳어졌다.

서민음식으로 사랑받던 반미는 베트남 전쟁 이후에는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 프랑스, 호주 등으로 퍼져나가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지 사람들에게는 빠르고 저렴한 한끼로 인기를 얻었다.

식민지 역사의 산물이었던 바게트가 베트남의 식재료를 만나 새로운 미식으로 탄생했다. 오늘날 반미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간편한 한 끼를, 여행자들에게는 낯선 도시의 설렘을 전한다. 오늘 점심에는 파삭한 빵 속에 베트남의 역사를 속재료 삼아 한 입 베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정래연 기자(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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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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