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모든 책임은 수급사 몫” 부당특약 적발
공사 시작 뒤 계약서 발급·필수 항목 누락도 확인
공정위, 케이알산업·다산건설엔지니어링·엔씨건설 제재
산재 책임까지 하청 몫이었다. 건설현장 산업재해 책임과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긴 중견 건설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사 계약서에 “안전사고의 모든 민형사상 책임은 수급사업자가 진다”는 조항을 넣고, 산재 처리 비용까지 하청업체에 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케이알산업·다산건설엔지니어링·엔씨건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7억2900만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산업안전 책임을 하청업체에 넘기는 부당특약을 설정한 데 이어, 필수 기재 사항이 빠진 계약서를 발급하거나 공사가 시작된 뒤 뒤늦게 계약서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케이알산업은 2018년 7월~지난해 5월, 29개 수급사업자에 41건의 건설공사를 맡기면서 ‘재해 발생 시 민형사상 모든 책임은 수급사업자가 진다’는 내용 등의 부당특약을 계약서에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3자 피해까지 하청업체 책임과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한 조항도 포함됐다.
다산건설엔지니어링은 2022년 7월~지난해 7월, 93개 수급사업자에 311건의 건설공사를 맡기면서 안전사고 책임과 비용을 사실상 모두 하청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와 근로자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수급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고, 산재 처리 시에는 합의 비용을 부담시키거나 기성금에서 공제하는 조항까지 계약서와 안전관리 약정서에 넣었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의 부당특약 11개 조항을 적발했다.
또 공사가 시작된 뒤 최대 112일이 지나서야 계약서를 발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2024년 4월~지난해 7월 30개 수급사업자에 61건의 계약서를 뒤늦게 내줬다. 또 하도급대금 지급방법과 지급기일 등 필수 항목이 빠진 계약서를 93개 수급사업자에 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엔씨건설도 2023년 2월~지난해 7월 30개 수급사업자에 41건의 공사를 맡기면서 ‘안전사고 시 보상비와 모든 경비 일체를 수급사업자가 부담한다’는 등의 부당특약을 계약서에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15건의 공사에서는 하도급대금 연동 관련 사항이 빠진 계약서를 14개 수급사업자에 발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케이알산업의 부당특약 설정 행위에 과징금 2억5700만원을 매겼다. 다산건설엔지니어링에는 계약서 지연 발급 3600만원, 부당특약 설정 2억7600만원 등 총 3억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엔씨건설에는 부당특약 설정 행위로 1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고, 하도급대금 연동 사항을 계약서에 적지 않은 책임도 물어 과태료 500만원을 처분을 결정했다.
건설현장 산재가 반복되자 공정위는 안전 책임 전가 관행에 칼을 빼 들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부터 산업재해가 빈번한 건설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의 절반 가까이는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집계 결과 전체 사고사망자 605명 중 건설업 사망자는 286명이었고, 5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 사망자는 전년보다 25명 증가했다.
공정위는 조사·제재 역량도 더 키울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렸던 조사국 부활도 검토 중이다. 현재 7명 규모 중점조사팀을 30~40명 규모 조사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사업자가 산업안전 확보 노력을 소홀히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당특약 설정 행위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상시로 감시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kang@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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