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 공백의 틈새... “이란 전쟁 수행 능력 시험대 올라”
“미국은 더 이상 방패가 아니다”… 전 세계 기지 무용론 확산
굴종 아닌 공존의 질서? 중국 중심 ‘신(新) 조공 체제’의 등장
위안화 패권 가속화… 흔들리는 전후 질서와 미국의 부채 위기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미국 중심의 안보 동맹 체제가 흔들리고 있으며, 중국의 부상에 따른 새로운 국제 질서인 이른바 ‘조공(tribute)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리오는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세계가 미국의 실질적인 군사적 영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이길 능력이 있는지를 지켜보며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의 패권 장악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 80개국에 배치한 약 750개의 군사 기지가 ‘유사시 미국의 보호’라는 전제 위에 세워진 것임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란과의 전쟁에서조차 이길 수 있느냐는 의문이 커지면서 지금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과거에는 미국을 중국 견제의 결정적 균형추로 신뢰했지만 지금은 미국이 실제로 자국을 보호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안보 불확실성은 각국 지도자들의 행보도 변화시킨다고 봤다. 달리오는 많은 국가가 중국과 밀착하는 현상을 두고 “이는 일종의 조공 체제”라고 규정하며 “지역 내에서 중국의 힘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조공체제’는 과거의 강압적 지배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며 “강자는 약자를 예우하고 약자는 강자의 권위를 인정하는 일종의 ‘공존 구조’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달리오는 중국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위안화가 세계 기축 통화로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빠르게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의 ‘투자 구루’로 불리는 달리오는 그간 미국의 국가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경고했다. 또한 전후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 질서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근본적인 재편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인터뷰 역시 미국 주도 질서의 균열과 새로운 역학 관계의 등장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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