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카오야부터 소갈비까지… 트럼프 맞춤형 ‘고기 식단’
‘케첩 사랑’ 트럼프를 위한 배려, 2017년과 닮은꼴 차림상
이름 따온 ‘쓰촨 요리’의 비밀과 정교한 외교적 줄타기
“만찬은 양보와 타협”… 식탁 위에 차려진 미·중 관계의 중간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마주 앉은 가운데, 중국이 준비한 국빈만찬 메뉴가 양국 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식탁 외교’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백악관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만찬은 베이징의 상징적 요리인 ‘베이징 카오야(오리 구이)’를 필두로,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식성을 세심하게 배려한 코스로 구성됐다.
만찬 테이블에는 껍질의 바삭함과 속살의 부드러움을 살려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오리 구이 외에도 토마토 새우 수프, 바삭한 소갈비, 제철 채소, 연어 요리 등이 차례로 올랐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소갈비 메뉴를 두고 “완전히 익힌 스테이크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취약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첫 방중 당시의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중국 측은 스테이크와 케첩을 좋아하는 트럼프를 위해 쇠고기에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판치에뉴러우’를 내놓았으며, 미국 내 중식당에서도 대중적인 ‘궁바오지딩(궁보계정)’을 포함해 친숙함을 강조했다. 주류 또한 독주인 바이주 대신 허베이성에서 생산된 와인을 택해 서구적 형식을 갖췄다.
흥미로운 점은 요리의 구성 방식이다. 과거 만찬에서 쓰촨 요리가 주를 이뤘던 것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중국식 표기인 ‘촨푸(川普)’와 쓰촨(四川)의 앞 글자가 같다는 점을 이용한 ‘언어유희’식 환대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기한 이러한 구성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외교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줄타기”라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국빈 만찬의 메뉴 하나하나가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2016년 G20 정상회의 당시 만찬을 책임졌던 시쥔 셰프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원수를 대접하는 만찬은 요리를 통해 서로 타협하는 것”이라며 식탁에 담긴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교 연회에서는 서양 요리와 중국 요리를 반반씩 준비하기도 하며, 이는 서로 양보하면서 중간 지점을 찾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만찬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미중 관계의 갈등을 요리라는 완충지대를 통해 풀어보려는 중국 측의 유연한 외교 전략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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