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달 말 보상안 발표… "원가 기준"
1분기 실적 근거로 최소화 시 반발 우려
에쓰오일 등 외국계 지분 업체가 더 민감
정부가 정유업계에 대한 최고가격제 보상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정유업계에 '소액주주 소송 리스크'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업체들이 1분기 호실적을 거둔 것을 근거로 최고가격제 보상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정유업계의 1분기 실적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이익일 뿐이고, 국제유가를 반영해 팔아야 실제 현금성 이익으로 이어지는데 최고가격제가 이를 막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3~4월 중 정점을 찍고 최근 하락·보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정유업계는 2분기부터 재고손실에 따른 실적 하락을 각오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1분기 실적을 이유로 손실보전을 안해줄 경우 해외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소송을 할 수도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 미국 셰브런과 50대 50으로 합작 운영 중인 GS칼텍스의 경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남경모 산업부 장관정책보좌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원가를 계산해 손실 보전하는 것이 원칙이며, 원유도입가와 생산비용 등 계산 방식에 있어 세부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며 "정유사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 보전 기준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가 실질적 피해가 아닌 일방적으로 정한 원가 책정 기준으로 손실 보전을 할 경우 자칫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선 "아직 누가 소송을 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면서도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 때 주주들이 나설 수 있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고 충분한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보상액을 낮추려 한다는 근거는 바로 실적이다.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2조1622억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조6367억원, 933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선전했다. 에쓰오일 역시 1조23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증권업계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이 1분기를 정점으로 2분기와 하반기에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사태 2달 동안 원유가나 보험료 등 선박 비용이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난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똑같은 원유를 똑같은 시점에 구매했어도 수송방법 등에 따라 원가 기준에선 편차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설비 등 각 회사의 사정에 따라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특정 지역의 원유를 구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대체유를 써서 원가를 줄인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모든 원가를 전부 보전해줘야하는지 등 형평성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업계는 이달 말 나올 정부의 보상안만 지켜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이제 꾸려가는 단계여서 지금부터 업계와 정부가 맞춰가야하는 게 많은 상황이지 않느냐"라면서 "원만하게 소통해서 충분한 손실보전을 받는 것이 최선인 상황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이 나오면 아무래도 부담이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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