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본격 불거진 中공안 각국 비밀거점 의혹

중국계 루젠왕에 뉴욕 연방법원 배심원단 “유죄”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中공안 비밀 경찰거점 설치

中共 반체제인사 감시탄압·문자증거 인멸 혐의

美외국대리인등록법 위반·사법방해 양형 무거워

캘리州 친중선전 중국계 시장도 최근 기소·사임

韓 위장 중식당 의혹도 국내법 미비로 별건재판

영업·관세 불법 위주…환치기 혐의 추가기소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위장된 중국 정부 비밀 경찰거점을 운영한 중국계 미국인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

13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중국 정부의 불법대리인으로 활동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 사법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미국 시민권자 루젠왕(64·해리 루)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미 검찰에 따르면 뉴욕에 거주하는 루젠왕은 미국내 중국 푸젠성 출신들의 향우회 ‘창러공회’ 회장을 맡아왔는데, 2022년초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중국 공안부를 위한 비밀거점을 설치했다. 한 라멘집 위층 전체를 사용한 이 사무실은 외벽에 ‘향우회’ 표식이 부착됐지만, 중국공산당에 대한 반(反)체제 인사와 민주화 운동가들을 감시하는 비밀경찰서로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3년 4월 17일(현지시간) 중국 공안부 소속 불법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향우회 건물의 외경.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당시 61)과 천진핑(59)은 중국 정부의 요원으로 활동하며 중국 공안부와의 통신 기록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23년 4월 17일(현지시간) 중국 공안부 소속 불법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향우회 건물의 외경.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당시 61)과 천진핑(59)은 중국 정부의 요원으로 활동하며 중국 공안부와의 통신 기록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곳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한 뒤 2022년 가을 폐쇄됐다. 중국 정부가 세계 각국에서 자국 출신 해외거주 인사들을 감시·탄압하고 있다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뉴욕의 비밀경찰 거점 압수수색 등이 전개됐다고 한다.

루젠왕과 공범 천진핑은 수사 사실을 알게 된 뒤 중 공안부 관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삭제해 인멸한 혐의도 받았다. 배심원단은 불법 외국대리인 및 사법방해 혐의 유죄라고 판단했다. 중국 공안부는 루젠왕에게 ‘반체제 인사들을 압박하고 위협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조사됐다.

루젠왕 측은 ‘시설을 실제 향우회로 운영했다’고 주장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중국계 주민들의 운전면허 갱신을 돕던 장소였고, 탁구와 마작 모임 공간이었단 것이다. 중국 측도 행정 서비스센터라며 부인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단순한 행정적 문제를 국제 첩보 사건으로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유죄 평결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외도시 아케이디아의 아일린 왕(58·여) 시장이 중국의 불법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FARA 위반)로 기소된 뒤 사임한 같은 주에 나왔다. 왕 시장과 함께 친중(親중국정부) 선전 활동을 벌이다가 먼저 유죄를 인정한 한 남성은 4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BBC는 미국 내에서 중국의 해외 영향력행사와 감시활동을 둘러싼 경계심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해외 비밀경찰서 의혹이 제기된 소재국가와 거점 개수. [연합뉴스 그래픽]
중국 해외 비밀경찰서 의혹이 제기된 소재국가와 거점 개수. [연합뉴스 그래픽]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쯤 서울 송파구 한강변의 대형 중식당 ‘동방명주’가 중국 정부의 ‘해외 비밀경찰서’였다는 정황이 알려진 이후다. 다만 미국의 FARA와 같은 처벌 근거가 미비하고, 기존 적국(북한)에 한정됐던 형법상 간첩 혐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아 별도의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재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동방명주도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비밀경찰서로 지목한 바 있다. 이 식당을 수사한 서울 송파경찰서는 2023년 3월말 2021년 12월로 영업신고기한 만료 이후로도 미신고 영업을 계속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한국 정치를 조종하여 한중 우호를 파괴하고 있다” 등 문구가 표출된 전광판을 구청 허가 없이 설치한 혐의(옥외광고물법 위반) 등으로 식당 중국인대표 왕하이쥔씨 등을 송치했다.

2024년 2월 2일 서울중앙지검은 동방명주 법인과 왕씨 등을 앞서의 식품위생법·옥외광고물법 외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왕씨 배우자인 임모씨(46)와 임씨가 운영하는 다른 훠궈 음식점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관할관청 신고 없이 서울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한 혐의, 해당 음식점 관련 대금을 동방명주 명의로 결제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2025년 12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구창규 판사)는 왕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동방명주 법인에 벌금 500만원, 임씨에 대해선 벌금 200만원형을 각각 선고했다. 왕씨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무죄,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 면소 판단을 받았다. 다만 동방명주 명의의 신용카드를 아내의 다른 식당 영업에 빌려준 혐의와 거짓신고로 관세를 포탈한 혐의는 유죄가 나왔다.

지난 2022년말~2023년초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전광판을 띄운 서울 송파구 한강변 소재 ‘비밀경찰서 의혹’ 중식당 동방명주. [연합뉴스]
지난 2022년말~2023년초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전광판을 띄운 서울 송파구 한강변 소재 ‘비밀경찰서 의혹’ 중식당 동방명주. [연합뉴스]

아내 임씨는 타인 신용카드 명의로 거래한 혐의 유죄를 받았다. 왕씨와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항소했다. 왕씨는 올해 3월 3일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검사 정유선)로부터 업무상횡령 혐의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왕씨는 2016년 12월부터 5년 넘게 자신이 운영해온 미디어업체 자금 8억9000만원 상당을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국내에 들여와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왕씨와 돈을 주고받은 외국인 회사 지분권자가 자금 세탁책 역할을 했다고 의심해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기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