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 주체 가능성 낮지만 예단 경계…증거 확보 후 외교 대응 방침
국방부 기술분석팀 두바이 급파… 선체 잔해 정밀 감식 및 기종 특정
미군 정보 입수해 비행 궤적 분석… ‘해방 프로젝트’ 자산 활용 공조
조현 외교부 장관 “민간 선박 공격 용납 불가”… 응분의 책임 묻기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화물선 ‘나무호’ 피격 사건의 주체로 이란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다. 정황상 이란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명백한 증거(스모킹건) 확보에 모든 조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해협 내 잔류 선박 26척의 안전을 고려해 공식적인 지목은 피하되 기술적 분석을 통해 반박 불가능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 이외에 다른 어떤 주체에 의한 공격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증거 없이 ‘이란밖에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조금 더 조사해서 증거를 제시하면 어떤 형태로든 이란 측의 적절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격 주체 규명을 위한 현장 정밀 조사도 본격화됐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속 전문가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기술분석팀이 13일 밤 두바이로 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술분석팀은 현지에서 선체 파편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정부 합동대응반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나무호 선체에서 수거된 비행체 잔해는 현재 주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으로 옮겨졌으며, 조만간 국내로 반입돼 ADD 등 전문기관의 정밀 감식을 거칠 예정이다. 정부는 비행체가 드론인지 미사일인지 여부를 포함해 구체적인 기종을 특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드론으로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언급한 것도 선체 하단 파공 부위의 특성을 고려해 미사일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미 간 정보 공조도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피격 당일인 지난 4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 보호를 위한 ‘해방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었던 만큼, 당시 미군 자산이 포착한 비행 궤적 정보가 핵심 증거가 될 전망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입수해 함께 분석 중”이라며 한미 간 정보 공유 제한이 이번 조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사건의 실마리가 될 나무호 내 CCTV 영상 확보는 여전히 과제다. 선주인 HMM 측은 보안을 이유로 영상 공개에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선주를 설득해 비행체의 진입 경로와 타격 순간이 담긴 영상을 조사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33번째 민간 선박 공격이다.
앞서 위 안보실장과 조 장관은 “우리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며 규탄했다. 이들은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결과에 따라 유관국과 협의하여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이란은 자국군의 개입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지난 10일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외교부를 방문해 조사 결과를 청취했으나 시인이나 사과 등의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사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공격 주체를 상대로 응분의 외교적 공세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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