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 로이터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 로이터 연합뉴스

찰스 3세(사진) 영국 국왕이 키어 스타머 총리 사임 압박으로 국내에서 정치적 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간) 의회 개회 연설(킹스 스피치)을 했습니다.

영국 국왕이 의회 개회식에서 정부의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연설을 '킹스 스피치'라고 부릅니다. 스타머 정부 출범 후 찰스 3세의 개회 연설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킹스 스피치는 국왕이 작성하는 게 아니라 선출을 통해 구성된 정부가 작성합니다.

이번 킹스 스피치에는 글로벌 충격과 도전에 맞서 국가 경제와 에너지,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회기에 추진할 37개 법안이 담겼습니다. 스타머 총리가 지난 11일 직접 발표한 대로 영국 내 마지막 용광로가 있는 브리티시 스틸의 완전 국유화가 포함됐으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기 위한 '성장을 위한 규제 법안', 경쟁 규제를 간소화하는 '경쟁 개혁 법안' 등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한 법안들이 들어갔습니다.

유럽연합(EU)과 이미 체결한 협정과 관련해 영국 규정을 EU 규정에 맞춰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유럽 파트너십 법안', 난민 지위 유지를 더 어렵게 만들고 망명신청자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는 '이민 망명 법안',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더 쉽게 하는 '원자력 규제 법안', 청정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에너지 자립 법안' 등도 포함됐습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버킹엄궁이 이날 킹스 스피치를 앞두고 총리실에 '정치적 논란에 국왕을 끌어들이거나 이용하지 말라'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찰스 3세의 고위 보좌관이 내각부에 국왕이 예정대로 이날 킹스 스피치에 나서야 할지 물었고, 정부에서는 헌법상 국왕이 개회를 하는 게 옳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영국 법에 따라 휴회한 의회가 절차에 맞게 개회하지 못하면 상·하원 의원들은 법안 토론과 의결 등 의정 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한 소식통은 "국왕으로선 정부가 엉망이라 이번 주말까지 유지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국정 계획을 낭독해야만 하는 건 망신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회 개회와 킹스 스피치는 스타머 총리가 집권 노동당 내에서 강한 사임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전날까지 차관 4명이 잇달아 사임했고 20%가 넘는 노동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총리에게 사임 또는 퇴진 일정 제시를 요구했지요. 그러나 스타머 총리는 당규에 따라 대표직에 도전하면 경선을 받아들이겠지만, 자진해서 사퇴하지는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영국 매체들은 올해 43세의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이 곧 사임하고 스타머 총리에게 도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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