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학생연맹(SFI) 소속 학생들이 '전국 의대 (학부) 입학 자격시험'(NEET-UG) 문제 유출 규탄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학생연맹(SFI) 소속 학생들이 '전국 의대 (학부) 입학 자격시험'(NEET-UG) 문제 유출 규탄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의사가 되기 위해 수년간 입시 준비에 매달렸던 인도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인도 전역에서 220여만 명이 응시한 '전국 의대 (학부) 입학 자격시험'(NEET-UG)이 사전 문제 유출로 결국 무효 처리됐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시험 무효 결정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정부의 부실한 관리에 격렬하게 항의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인도 입시 제도가 여전히 조직적 부정 부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3일(현지시간) 인도 매체 인디언익스프레스와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인도 연방정부 산하 국가시험관리청(NTA)은 지난 3일 치러진 'NEET-UG'를 무효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16년 이 시험이 도입된 이후 무효화한 첫 번째 사례라고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전했습니다. NTA는 "시험지 유출 의혹이 제기된 뒤 자체 조사 결과와 진행 중인 수사 내용을 근거로 해당 시험 절차는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학생들과 국가시험 제도의 신뢰를 고려해 무효화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시험에는 인도 전역 5000개 고사장에서 수험생 220만5000명이 응시했습니다. NTA는 지난 7일 부정행위 의혹과 관련한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 당국에 곧바로 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재시험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며, 의대 진학을 준비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전날 델리에서 정부의 부실한 시험 관리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부 학생단체는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으며 인도 의사 단체도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2년 동안 이번 시험을 준비한 한 학생은 BBC에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목표를 향해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미 본) 시험이 취소됐다"고 황당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대 입학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한 달 안에 재시험을 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처럼 인도 주요 도시에서도 입시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비싼 사설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평일에는 학교 수업 후 4시간, 주말에는 8∼9시간씩 학원에서 추가 수업을 받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공부에 쏟아붓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인도공과대학(IIT) 등 공대가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며 입학 경쟁도 치열했지만, 최근 들어 안정적인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의대 선호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은 최근 경찰에서 인도 중앙수사국(CBI)으로 이관됐습니다. 시험지 유출 의혹과 관련해 수사 당국이 45명을 구금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 당국은 시험이 치러지기 며칠 전에 서부 라자스탄주(州)에서 예상 문제지가 유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라자스탄주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인도 ANI 통신에 "예상 문제지에 410개 문항이 포함돼 있었고, 이 가운데 120개 문항이 실제로 화학 영역에 출제됐다"고 말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지난 2024년에도 의대 입학 자격시험이 끝난 뒤 보통 2∼3명에 불과한 만점자가 이례적으로 60명 넘게 나오면서 부정 의혹이 제기됐었지요. 결국 CBI가 수사에 착수해 시험지 사전 유출 혐의를 확인했고, 대리시험 정황도 함께 드러나 인도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시험지 유출자를 엄벌에 처하는 법을 시행했지요. 그럼에도 이번에 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후폭풍이 거셀 전망입니다. 특히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공정한 경쟁 자체가 무너진 것 아니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참에 고질적 부패 구조와 허술한 시험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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