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만년 전 구석기 시대 네안데르탈인이 드릴 모양의 돌 송곳으로 충치를 치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구석기인이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자 누군가 날카롭게 깎은 돌칼을 집어 들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인류 최초의 치과의사였을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 지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베리아 남부 차기르스카야 동굴에서 발견된 약 5만9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어금니에서 인위적인 치과 시술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분석한 어금니에는 치아 중심부인 치수강까지 이어지는 깊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자연 마모된 게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파낸 흔적이었다는 것이다. 현미경과 X선 분석에서는 심각한 충치로 인해 치아 내부가 손상된 흔적도 드러났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들이 가느다란 석기 도구를 손가락 사이에서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치아를 뚫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현대 치과의 드릴 대신 ‘손으로 돌리는 돌 송곳’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실제 현대인 치아를 대상으로 재현 실험을 해본 결과,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석재를 두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돌려 같은 형태의 구멍을 만드는 데 약 35~50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도 없고 진통제도 없던 시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환자가 겪었을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견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앞선 종에서 치아를 뚫는 의료 행위가 확인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네안데르탈인은 흔히 거칠고 단순한 존재로 묘사돼 왔지만, 이번 연구는 이들이 상당한 수준의 기술과 판단력, 그리고 공동체적 돌봄 문화를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치과협회(BDA) 수석 과학고문인 저스틴 더럼 교수는 이번 시술을 두고 “신경치료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치아 내부 압력을 낮춰 극심한 통증을 완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아 가장자리가 매끄럽게 닳아 있었고 내부에도 마모 흔적이 발견돼, 환자가 시술 뒤에도 상당 기간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충전재 없이 그대로 방치된 탓에 만성 감염 위험은 매우 컸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은 단순하고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인지 능력과 문화를 지닌 정교한 인간 집단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밝혔다.
돌도끼를 들고 사냥만 했을 것 같던 구석기인들이 사실은 충치 치료까지 고민했다는 사실. 인류의 치과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는지도 모른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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