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분리 체계 없애고 공동전선 구축
사실상 한전이 대외 협상 창구 맡아
베트남 등 신규 사업 JV·컨소시엄 추진
원전수출진흥법 연내 제정 검토
정부가 원전 수출 체계를 바꾼다. 국가별로 나뉘던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수출 구조를 공동 대응 방식으로 전환한다. 양사는 해외 원전 사업 개발과 주계약을 함께 맡는다. 협상과 투자는 한전이, 건설·운영은 한수원이 책임지는 구조다.
원전 수출 구조가 ‘공동 전선’ 체제로 바뀌면서 베트남 등 신규 수출 사업은 한전·한수원이 합작법인(JV)이나 컨소시엄을 꾸려 함께 협상과 수주에 나서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공동 대응 체계를 과도기 운영 방식으로 보고 있다. 한전·한수원·통합기관 가운데 어떤 형태로 원전 수출 총괄 체계를 일원화할지는 향후 운영 성과를 평가한 뒤 결정할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14일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원전 사업 특성상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한 만큼 산업부는 정부가 직접 수출 협상과 지원 체계를 주도하기로 했다. 2010년 이후 세계 원전 수출 사례를 보면 체코를 제외한 대부분이 정부 간 협정(IGA)이나 국가 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추진됐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수출전략협의회 산하에 민관 합동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새로 만든다. 정부와 공기업, 법률·계약·재무 전문가 등이 참여해 원전 수출 기획과 조정, 경제성 검토 등을 맡는다.
한전과 한수원이 나눠 맡았던 원전 수출 대상국은 앞으로 공동 관리 체계로 운영된다. 그동안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베트남 등을, 한수원이 체코·필리핀 등을 각각 맡아 원전 수출을 추진해 왔다. 다만 체코·필리핀 사업과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은 한수원이 계속 맡는다. 한전은 i-SMR 경험이 없고, 한수원이 개발·상용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개발 단계부터는 양사가 함께 움직인다. 해외 원전 사업 개발과 주계약은 공동 수행하고, 건설·운영은 한수원, 지분 투자와 금융은 한전이 각각 맡는다. 대외 협상은 한전이 주도해 사실상 협상 창구 역할을 담당하는 구조다.
지분 투자와 금융을 한전이 맡게 된 데에는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쌓아온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금융 역량이 반영됐다. 정부는 한전·한수원의 우열을 가리기보다 양측 역량을 결합하는 공동 대응 체계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이번 개편안을 ‘한전 중심 재편’으로 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협상 창구는 한전이 맡지만 실제 수주와 건설·운영은 한수원과 원전 공기업, 시공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연내 추진 과제로 가칭 ‘원전수출진흥법’ 제정도 추진한다. 우선 한전·한수원 공동 수출 체계를 운영한 뒤 성과를 평가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입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법안에는 시장 개척과 정보시스템 구축, 금융 지원, 정부 출연, 전문 인력 양성, 제품·기술 개발과 인증 등 원전 수출 지원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 감독 권한도 더 강화한다. 앞으로 원전 수출 공공기관은 대규모 차입·투자와 수출 계약 체결, 원전 지식재산권 이전·변경 같은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원전 사업 개발과 타당성 조사, 발주처 협상, 입찰, 계약 등을 총괄 수행하는 ‘원전수출 총괄기관’의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도 원전 수출 총괄 체계의 최종 모델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산업부는 한전·한수원·통합기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향후 운영 성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 총괄기관은 각 기관 역할과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 데드라인을 정해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지금 추진하는 기능 조정과 통합 운영 방안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수주 과정에서 어떤 성과가 나오는지 평가한 뒤 최종 모델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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