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부총리 모두 "파업 막아야"
발동하면 30일간 쟁의행위 금지
1963년 제정 이후 단 4차례 뿐
'국민경제 해할 우려' 요건 충족
靑 "아직 시간 남았다" 말 아껴
삼성전자 반도체 파업이 단 일주일 남은 가운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가 파업을 막을 유일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정부가 이 카드를 꺼내면 2005년 12월 이후 21년 만이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기간 동안 조정 및 중재 절차를 진행한다.
긴급조정권은 1963년 제정된 이후 거의 발동된 적이 없다. 1969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와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와 같은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4차례가 전부다.
"파업은 절대 안된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를 위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긴급조정권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산업통상부 차관으로부터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 결과를 보고받고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오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 대표로 참석한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새벽 중노위 주재 사후조정 협상 결렬 직후 추가 협상 여부에 대해 "오늘로 끝났다"며 "더 이상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이날 새벽 중노위가 최종 조정안을 제시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불가할 경우 정부가 파업을 막을 길은 긴급조정권 뿐이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삼성전자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최소한의 안전과 시설 유지 인력'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파업이 한국 경제와 국민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긴급조정권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7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25.7%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노사 갈등은 단일 기업의 문제로 보기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며 "반도체가 국내 수출의 30% 이상 차지한다. 삼성의 조업 중단은 공급망 전체 피해로 확산될 수 있고, 주식시장에 내재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가 경제에 어느 정도의 중대한 손실을 입힐지 여부에 대한 판단 여부가 관건"이라며 "긴급 조정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노사 간 협상 중재에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의 사후 조정 결렬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는 말에 "파업 기간까지 시간이 남아있다"며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긴급조정권 결정권을 가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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