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논의대상 아냐" 했지만, 속내는 中 역할 기대
관세·공급망·대만 핵심 의제… 머스크, 젠슨황, 팀쿡 동행
트럼프, 대두·쇠고기·항공기 수출이란 가시적 성과 절실
시진핑, 美대만 입장 변화와 전략산업 대중 포위 완화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전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양 정상의 대면은 지난해 10월 부산 회담 이후 약 6개월 만이며, 베이징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17년 11월 이후 사실상 9년 만이다.
미·중 양국이 관세전쟁과 공급망 충돌, 대만 문제, 첨단기술 패권 경쟁으로 정면 충돌해온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담은 향후 미중 관계의 방향을 가를 '세기의 담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 돌파구 마련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론까지 부상하면서, 이번 회담이 국제질서 재편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행 전용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논의할 것이 많지만 무엇보다 무역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 개방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제시하며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 팀 쿡 애플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 미국 재계 거물들을 대거 동행시켰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방중이 "정치보다 비즈니스 성격이 훨씬 강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경제적 성과가 절실한 자리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농업지대와 제조업 벨트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대두와 쇠고기, 보잉 항공기의 대규모 대중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핵심 정치적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회담 직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선박 3척이 중국으로 직항 중이라고 보도하며 양국 간 에너지 협력 재개 가능성을 주목했다. 미국산 LNG가 중국으로 직항하는 것은 1년 4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진짜 핵심은 이란 문제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이란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잘 관리하고 있고 합의하거나 말살될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 주석의 영향력을 활용해 이란 핵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의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이란 경제와 외교에 상당한 지렛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이란 문제에 대해 시 주석과 장시간 대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역시 이번 회담을 전략적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보다 명확한 입장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와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 왔다. 시 주석으로선 첨단기술과 공급망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인권 문제도 부각될 수 있다. 홍콩 반중 언론인 지미 라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수감 문제와 중국 지하교회 지도자인 조선족 에즈라 진 목사 문제를 시 주석에게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무역과 안보 협상이 우선순위인 만큼 실제 회담에서는 상징적 언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방중 일정의 분위기는 2017년 첫 방중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멜라니아 여사가 동행해 자금성 만찬 등 중국의 최고 수준 의전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멜라니아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중미연구소(ICAS)의 수라브 굽타 연구원은 "이번 방문은 전형적인 비즈니스 방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양국 모두가 절박한 이해관계를 안고 벌이는 '밀당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이란 문제에서 성과를 원하고, 시 주석은 대만과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공세 완화를 기대한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과 최대 제조업 국가 지도자가 어떤 결론을 도출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 중동 정세, 나아가 국제질서 전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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