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00억대…증가세 ‘제자리’
신한카드 업계 선두…롯데·우리 늘어나
낮은 수익성 발목…“중장기 접근 필요”
카드사들의 신기술금융 투자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금융당국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기조에 공감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로 자본이나 인력을 투자하기에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신기술금융 자산은 1029억300만원으로 전년 말(1013억6600만원) 대비 1.52% 증가했다.
카드업계 신기술금융 자산은 2022년 말(1067억6600만원) 1000억원대로 올라섰고, 줄곧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말 1012억900만원을 기록한 후 2024년 말(1013억6600만원)과 지난해까지 소폭 늘어나는 흐름이다.
신기술금융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업으로, 일종의 벤처 투자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중소기업·벤처·첨단산업 분야로 흘러가게 하는 생산적금융과 궤를 같이한다.
전업카드사 8곳 모두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신기술금융 사업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곳은 신한·KB국민·롯데·우리카드 등 4곳이다.
카드사 중에서 신기술금융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신한카드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카드의 신기술금융 자산은 880억4200만원으로, 업계의 85.5%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 말(918억4400만원)과 비교해선 4.1% 줄어들었다.
이는 회계 분류 변화에 따른 영향이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그룹의 전략적 투자(SI)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신기술금융에 투자하고 있다. 그동안 그룹 SI 펀드는 신기술사업금융사인 신한캐피탈이 운용했으나 최근 벤처캐피탈(VC)인 신한벤처투자로 이관돼 신규 투자가 일반 투자자산으로 분류됐다. 신한카드는 벤처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는 신한금융의 기조에 따라 꾸준히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롯데카드가 73억64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2024년 말(25억1300만원) 대비 193.0% 급증했다. 우리카드는 전년 대비 22.4% 증가한 39억6500만원, KB국민카드는 35억3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신기술을 활용하는 중소 및 벤처기업 등에 투자 및 융자를 제공 중이다”면서 “지난해 신규 출자 건이 발생하여 신기술금융자산이 증가했다. 본업 중 하나인 신기술금융업을 통해 직접 투자나 집합 투자 등을 진행 중이고,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주문하면서 카드업계 역시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신기술금융에 투자할 여력이 마땅치 않다. 자금을 조달해서 투자해야 하는 카드사의 특성상 고금리 환경도 부담스럽다.
신기술금융의 낮은 수익성 역시 발목을 잡는다.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해야 하는 만큼 단기적인 성과를 내긴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신기술금융 자산을 보유한 카드사 4곳 중 흑자를 낸 곳은 하나도 없다. 우리카드는 1억3400만원, 신한카드는 3700만원 적자를 냈다.
카드업계에서는 레버리지 배율 조정 등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달 환경이 개선되면 중장기 관점에서 모험 자본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은행·보험사의 자본 규제를 완화했지만 카드사의 규제는 그대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했고, 자금 조달 등이 필요한 만큼 신기술금융 투자를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생산적 금융보다는 일단 포용 금융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정서 기자(emotion@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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