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강행시 직접손실 30조…공급망 직격탄
수출 직격탄·자본시장 붕괴 등 연쇄 충격도
1993년 현대차 파업 등 제조 분야 사례 존재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가 오는 21일 파업 강행을 예고하면서 정부가 노동조합법상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직접 손실만 30조원에 달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충격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로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최근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의 30% 이상을 도맡고 있다.
이와 관련, 긴급조정권 결정권이 있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파업하고 말고는 노조의 선택이지만, 정부는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화를 주선하고 물 밑이든 물 위로든 분초를 쪼개 양쪽을 조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파업만은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SNS에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삼성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기업이므로, 현재의 경영 상황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파업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 언론 기고문에서 “삼성전자 갈등은 일반적 임금 교섭을 넘어 국가 핵심 산업과 공급망 안정성에 직결된 문제”라며 “긴급조정 필요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 원, 일일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예외적 조정 절차다.
발동 요건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일 때, 그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한 것이어서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저할 때다. 국민경제와 공익에 미치는 파장이 일반적인 노사 갈등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될 때 적용되는 ‘최후의 수단’에 해당된다.
다만 노동부 관계자는 아직 “검토하는 사항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흔치 않다. 그만큼 발동 요건이 엄격하고,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해 왔다는 의미다.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2005년 7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2005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에서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바 있다.
1993년 현대차 파업 사례는 제조업 분야에서의 긴급조정권이 발동한 사례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 노조와 함께 6월부터 연대 파업에 돌입했고, 자동차·조선 등 한국 핵심 수출 산업의 생산이 마비됐다. 이에 김영삼 정부는 7월 20일 긴급조정권을 발동했고, 노사 양측은 곧바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 사태가 마무리됐다.
재계에서는 그럼에도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약 35%를 차지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긴급조정권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7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25.7%를 차지하고 있어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자본시장 전체에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이번 파업은 규모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한 인원만 6만6000명으로, 찬성률은 93.1%에 이른다.
‘특별한 성질’이라는 요건도 충족한다. 반도체는 한 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까지 수주가 소요되는 산업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 2007년 기흥캠퍼스 4시간 정전으로 약 400억원, 2018년 평택캠퍼스 30분 미만 정전으로 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전례가 있다. 18일 이상 파업이 현실이 될 경우 수십조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AMD·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어,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시장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일반적 노사 갈등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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