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 연합뉴스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 연합뉴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은 1.694%로, 전날까지 속보치를 발표한 주요 22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1% 이상 성장한 나라는 한국·인도네시아(1.367%)·중국(1.3%)뿐이었다. 직전 분기만 해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반전이다. 만약 이 순위가 유지된다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10년 이후 16년 만에 분기 성장률 세계 1위를 탈환하게 된다. '깜짝 성장'의 일등 공신은 AI 호황에 힘입은 반도체 중심의 폭발적인 수출 증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록적인 실적이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마냥 환호할 상황은 아니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반짝 반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다. 성장률 1위라는 성적표가 잠깐의 착시로 끝난다면 돌아올 것은 실망뿐이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허약하다.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자영업과 건설업 침체도 심각하다. 가계와 국가 부채 부담은 크고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성장 잠재력 약화 역시 진행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가능성을 잇따라 경고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최근의 성장세가 지나치게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특정 산업의 호황이 꺾이면 성장동력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 성장동력을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다. 반도체를 넘어 AI, 로봇, 양자기술 등의 차세대 산업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개혁, 교육 개편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문제는 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경제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호흡의 마라톤이다. 미래 산업을 키우지 못하면 오늘의 1위는 내일의 추락으로 바뀔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진짜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결국 지금 어떤 성장의 씨앗을 뿌리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냉정한 준비와 장기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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