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3일 만에 서울 아파트 매물 4000건이 증발했다. 일부 지역 대단지에선 하루 새 매물이 25% 가까이 급감하고, 호가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3985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인 지난 9일(6만8495건)보다 6.8%(4510건) 감소했다.

주요 단지별로 보면,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의 매물은 지난 11일 795건에서 이날 600건으로, 하루 새 24.5%가량 자취를 감췄고, 매물 호가는 올라갔다. 전용 84㎡의 한 집주인은 지난 9일 호가를 2000만원가량 올렸고, 같은 평형을 보유한 다른 집주인도 같은 날 호가를 1억3000만원 상향했다.

송파구 대단지인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도 12일 기준 매물은 613건으로, 전날(687건)보다 10% 이상 줄었고, 호가는 상승했다. 전용 84㎡의 한 중층 매물은 지난 11일 직전 호가(30억) 대비 1억 오른 31억원에 나왔고, 비슷한 평형의 저층 매물도 지난 10일에 최초 호가(26억5000만원)보다 1억원 높은 27억5000만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전용 100㎡ 매물도 지난달 19억~21억50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됐지만, 현재 동일 평형의 최저 호가는 21억7000만원 수준이다.

강동구 고덕동 G공인 대표는 "팔 사람들은 거의 다 처분했기 때문에 이제는 원하는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는 게 아니면 굳이 빨리 계약해야 한다고 서두르는 집주인들은 없다"며 "매도자들은 아파트 가격 떨어지는 걸 꺼리고, 매수자들은 마지막에 본 실거래가에 사고 싶어 하니 한동안 거래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물 잠김과 시장 우려가 이어지자 정부는 이날 '세 낀 주택'에 한하여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완화 방침도 내놨다.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에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매물 출회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송파구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집을 팔 수 있게 (비거주) 1주택자에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겠다고 하지만 대출이 안 나오는데 10억 이상 현금이 준비된 무주택자가 흔하겠냐"며 "살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다 샀고, 이제는 거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물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적기에 매도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충당하기 위해 전월세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남권의 경우 이미 전월세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오르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중저가 지역에선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에 전월세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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