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 상황을 다룬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를 ‘반역’(Treason)으로 규정하며 분노를 터뜨린 가운데, 미 법무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한 강도 높은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미 언론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지시간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 보도와 행정부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결정 과정 및 백악관 안보회의의 기밀 정보가 상세히 보도된 점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며 정보 유출자와 관련 언론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압박했다.
사안의 발단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에게 직접 전달한 일련의 기사 묶음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했다고 판단되는 기사들을 분류해 법무부에 넘겼으며, 특히 일부 보도물에는 자신의 친필로 ‘반역’이라는 메모까지 남기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격노한 지점은 뉴욕타임스(NYT)의 4월 7일자 보도였다. 해당 기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폭격 계획을 제안한 경위는 물론, 백악관 상황실에서 오간 극비 대화 내용과 이란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비관적 견해까지 가감 없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보도가 군사 작전의 기밀성을 훼손하고 적국에 이로운 정보를 제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란 남서부 내륙에서 피격 후 추락한 미 공군 F-15E 전투기 조종사의 구출 작전과 관련된 보도 역시 수사 선상에 올리며 법무부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격추 사건 직후 정보 유출자를 반드시 끝까지 추적해 응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형사 사건 변호인 출신이자 최측근인 토드 블랜치 장관 대행은 대통령의 지시에 즉각 응답했다. 블랜치 대행은 기밀 유출 혐의가 있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이들의 취재 기록을 확보해 유출 경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 미 법무부의 관행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통상 미국 법무부는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여, 민감한 정보 유출 사건이라 할지라도 언론사에 대한 소환장 발부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신중함을 보여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법무부는 내부 규정을 대폭 개정해 기자들에 대한 소환장 발부와 압수수색 영장 청구 문턱을 대폭 낮췄다. 이는 비판적 언론 보도를 억제하려는 행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법조계는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의 수사 칼날은 이미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기 전부터 이란 전쟁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하며 수사를 진행해 왔다. 최근 수개월간 언론사뿐만 아니라 전화 및 이메일 서비스 제공업체에까지 소환장을 발부해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WSJ 역시 지난 3월 4일 자사 기자들의 취재 기록 제출을 요구하는 대배심 소환장을 받았음을 공개했다. 해당 소환장은 지난 2월 23일,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군사작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WSJ은 공식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이번 소환장 발부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취재 활동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WSJ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필수적인 보도를 위축시키고 언론인들을 겁박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결코 굴복하지 않고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백악관의 강경 대응과 언론계의 반발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앞으로 이란 전쟁 보도를 둘러싼 ‘국가 안보’와 ‘언론의 자유’ 사이의 법적·정치적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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