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간 'TV 토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지지율과 인지도에서 앞서는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 TV 토론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인 반면, 추격하는 후보는 유권자의 알 권리를 명분으로 추가 TV 토론을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는 12일 페이스북에 '하정우, 박민식 후보에게 부산 KBS가 제안한 TV 방송토론에 당당하게 응할 것을 요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 후보는 "부산 KBS가 제안한 5월22일 저녁 TV 생방송 토론에 대해 저는 제의받은 즉시 응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정우 후보가 부산 KBS가 제안한 TV 토론을 거절했다고 들었다"면서 "북갑 주민들, 부산 시민들의 눈과 귀가 북갑 선거에 집중된 만큼 TV 토론에 당당하게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법정 TV 토론 외에 다른 TV 토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 후보 측에서는 선거 토론 경험이 많지 않은 하 후보가 TV 토론에 참여해 득을 볼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TV 토론을 둘러싼 신경전은 서울시장 후보들 사이에서도 벌어졌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전날 정원오 민주당 후보에게 양자토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오 후보는 이날 구로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정 TV 토론 외에도 별도의 일대일 토론회를 열어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다자토론은 이미 선관위 주최로 예정돼 있다. 그래서 서울시 각종 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양자토론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든 어느 장소든 어떤 조건이든 응할 테니 양자토론 자리에 나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상대방과 싸우지 않겠다. 시민의 불편과 싸우겠다"며 우회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과거에도 지지율 열세에 놓인 후보들이 TV 토론을 판세 반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선두권 후보에게 추가 토론을 요구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앞서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의 각 대선 후보 측은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 TV 토론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이 주최 측인 한국기자협회와 주관사인 JTBC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윤 후보는 아직도 토론이 두렵나. 갖은 꼼수로 토론을 회피하겠다는 꿈은 꾸지 말고 즉각 토론에 응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양자토론을 요구했다. 그는 "국민이 짧은 30여 일 동안 누가 제대로 준비된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끝장토론을 제안한다"고 재차 요구했지만 토론은 성사되지 않았다.

유력 후보들의 TV 토론 기피에는 불필요한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다 예상치 못한 지지층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요즘 TV 토론에서는 '아님말고 식'의 무책임한 의혹 제기가 많아 지지율이 앞서는 후보일수록 TV 토론을 피하려고 한다"면서 "괜한 이슈로 상대 후보에게 역전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부산 북갑 출마하는 하정우·한동훈 [연합뉴스]
부산 북갑 출마하는 하정우·한동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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