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소식통 인용 보도…“지난달 원유시설 공습한 듯”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과의 갈등 속에서 비밀리에 이란을 직접 타격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UAE가 지난달 이란 남부 연안 라반섬의 정유시설을 공습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당 공격은 미국과 이란이 지난 4월 8일부터 약 2주간의 일시 휴전에 합의하기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당시 피격 사실을 공개한 뒤 UAE와 쿠웨이트를 상대로 보복 공습에 나섰다. 다만 UAE는 해당 공격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UAE는 그동안 적대 행위에 대해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해 왔으며, 이번 공격이 사실일 경우 중동 지역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해와 영향력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UAE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전쟁 이전까지는 다른 걸프국들과 마찬가지로 자국 영공 제공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주변 걸프국을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입장이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란의 공격이 UAE에 집중되면서 피해가 확대됐다. UAE는 지금까지 280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이스라엘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항공과 교통, 관광, 부동산 등 주요 산업이 타격을 입었고, 중동의 금융·상업 중심지로서의 위상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러한 상황을 계기로 UAE가 이란을 자국의 경제·사회 모델을 위협하는 ‘불량국가’로 인식하게 되는 등 전략적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전했다.
이후 UAE는 걸프 지역에서 가장 강경한 대이란 입장을 유지하며 미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 동시에 자국 내 이란 관련 시설을 폐쇄하고 이란인의 입국 및 경유를 제한하는 등 경제적 압박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중순에는 이란 상공에서 미국이나 이스라엘 소속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전투기가 포착되면서 UAE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해당 항공기는 UAE가 운용 중인 프랑스제 미라주 전투기와 중국산 윙룽 무인기일 가능성이 거론됐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연구원은 “UAE는 초기에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자국이 공격을 받은 이후 지역 정세가 급변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걸프국의 직접 개입은 시간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중동 분석가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걸프 아랍국이 전쟁 당사자로서 이란을 직접 공격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란이 종전 중재를 시도하는 걸프국들과 UAE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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