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책잡힐라” 압수수색 직전 조직적 공모
망치로 HDD 박살… 밭에 던지고 목욕탕에 버려
보좌진 4명 기소… 전재수 보고 여부 공소장에서 빠져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PC 저장장치를 파손해 유기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보좌진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저장매체를 망치로 내려치거나 인근 밭과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는 등 영화에서나 볼 법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교유착 비리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11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전 후보 측 보좌진들은 지난해 12월 경찰 압수수색이 임박하자 증거 자료를 없애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당시 의원실 선임비서관 A씨가 압수수색을 닷새 앞두고 인턴 비서관에게 부산 사무실 PC 초기화를 지시했다. A씨는 “압수수색이 나올 수 있으니 수사기관에 책잡힐 일을 만들면 안 된다”며 본인용 기기는 물론 부산 사무실 내 업무용 PC 전체를 초기화해야 한다고 상급 보좌관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보좌관은 “포맷 전 필요한 자료를 백업해두라”며 사실상 파기 절차를 승인했다.
이어 A씨는 서울 사무실의 8급 비서관에게 연락해 PC 초기화 방법을 문의했고, 해당 비서관으로부터 ‘SSD 카드를 꽂았던 PC는 한 번 더 포맷을 해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가이드를 받았다. 이후 A씨는 직접 드라이버를 들고 본체를 해체한 뒤 HDD(하드디스크)는 망치로 박살 냈으며,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는 손과 발로 구부러뜨려 물리적으로 파손했다.
A씨는 망가뜨린 HDD를 당일 밤 주거지 인근 밭에 던졌고, SSD는 이튿날 오전 목욕탕 쓰레기통에 폐기했다. 이러한 조직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같은 달 15일 전 후보의 자택과 사무실, 장관 집무실 등을 대상으로 강제수사를 집행했다.
합수본은 증거인멸에 가담한 보좌진 4명의 혐의가 뚜렷하다고 판단해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이들이 PC 파기 사실을 전 후보에게 직접 보고했는지 여부는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전 후보 본인의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은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지난달 불기소 처분되며 법망을 피했다.
윤상호 기자(sangho@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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