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국가기념일인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얼굴이 붓고, ‘팍삭’ 늙어버린 모습이 포착되면서, 그의 건강 악화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데일리메일 등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8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옛 소련이 나치 독일의 항복을 끌어냈다고 주장하는 기념일인 제81주년 전승절 열병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날 퍼레이드에는 예전과는 달리 장갑차나 탄도미사일이 등장하지 않았다.
퍼레이드에서 관심의 초점은 초강대국의 지도자가 아니라, 눈빛이 불안하고 지친 노인이었다. 키가 작고 허약한 남자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짓눌려 있는 모습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침략세력에 맞서 ‘정의로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귀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AFP는 전했다. 또 다들 그의 불룩한 뺨에 시선이 쏠렸다.
우크라이나의 평론가 안톤 게라센코는 초라한 모습의 푸틴 사진을 가리키며 “승리자이자 초강대국 지도자의 얼굴”이라며 “역사를 보면 많은 독재자들이 정권이 무너지거나, 죽기 전에 눈에 띄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꼬았다.
푸틴의 건강은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해 말, 예리한 관찰자들은 그가 건강 전문가와 악수할 때 불거진 혈관과 함께 평소와 다르게 주먹을 꽉 쥐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시민단체 ‘건강한 조국운동’의 대표 예카테리나 레슈친스카야(22)와 만나 악수하려고 손을 뻗었을 때 오른손 주먹에는 불룩 튀어나온 혈관과 힘줄, 얇고 주름진 피부가 드러났다. 또 재킷 소매 아래에서 초조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주먹을 꽉 쥐는 모습도 보였다.
해당 영상이 X(옛 트위터)를 통해 폴란드 언론에 유포된 후,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푸틴이 고통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의 정적인 레오니드 네브즐린은 주요 군사 장비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채, 축소된 규모로 열린 열병식을 두고 “푸틴의 권력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분석가 이반 야코비나는 “이번 퍼레이드는 그의 마지막 열병식이 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승절 행사 축소를 두고, 이번 전쟁에 러시아가 얼마나 취약한 상황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모스크바 중심부에서조차 장거리를 날아오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서 안전하지 않아 행사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일시 휴전을 타결한 이후에나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최악의 전쟁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와 미디어조나를 인용해 러시아군 사망자가 작년 연말까지 35만2000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실명이 확인된 사망자는 약 21만8000명으로, 러시아 상속 기록과 법원에서 확인된 사망 사례까지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 수는 약 35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이 추산이 맞는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전체 전사자는 약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이 중재해 온 양국간 종전 협상은 교착 상태가 이어지다가 지난 2월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국제사회 중재 노력에서도 밀려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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