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7개 송전선로 사업 입지 선정 절차가 6·3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된다.

11일 환경운동연합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용인 반도체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반대 전국행동'(전국행동)과의 간담회에서 전국 송전선로 사업 입지 선정 절차를 한 달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보류 대상은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2038년까지 건설이 추진되는 송·변전 설비 사업 중 입지 선정 단계가 진행 중인 27개 송전선로 사업이다. 이미 입지 선정을 마친 후 건설에 들어간 사업은 중단 대상이 아니다.

기후부 관계자는 송전선로 사업 연기에 대해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제기하는 절차적 문제를 보완하고, 송전선로가 지나갈 구간과 관련해 더 나은 대안을 검토해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27개 송전선로가 지나갈 구간 중 1개 구간에 대해 더 나은 대안이 있다고 제시해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더 나은 경로가 있다면 검토해보겠지만, 그런 대안이 존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전력 공급과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에 맞춰 '에너지고속도로'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송·변전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비(非)수도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하는 형태로 전력망이 구축되고 있어 수도권 전력 수요 집중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안재훈 전국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송전탑 건설 절차만 민주적이면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며 "국가기간 전력망위원회를 재소집해 현재 추진 중인 건설을 중단하고, 갈등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력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되는 반면 송전선로 등 에너지 인프라 부담은 비수도권에 전가되면서, 지역 간 전력 수급 격차가 지역 갈등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김 장관은 기회가 될 때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행동 측은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해 수도권 전력 수요 분산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전력의 입지선정위원회 운영이 불투명하다며 회의록 공개와 절차 개선도 요구했다. 전국행동은 "한 달간 보류한다는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정부의 실질적 정책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김성환 기후부 장관, 송전탑 반대 지역별 대표들과 간담회 [연합뉴스]
김성환 기후부 장관, 송전탑 반대 지역별 대표들과 간담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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