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안 이란 답변에 '분노'… 일단 협상 결렬
'핵농축 20년 중단·핵물질 반출' 핵심 이슈에서 이견
이란 '호르무즈 통제, 통행료 부과' 야욕 포기 안 해
이스라엘 네타냐후 "핵물질 반출 없인 전쟁 안 끝나"
트럼프, 추가 공습 시사… 전략 자산 소모 문제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종전 협상 답변에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의 핵심 조건으로 알려진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 '고농축 핵물질 국외 반출',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보장'을 이란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군사 충돌 위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공습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우라늄 제거 전에는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며 추가 공격을 압박했다. 전쟁의 종전 여부가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판단에 달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며 "나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이 수용 불가능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란이 미국의 핵심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에는 이란이 20년 동안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핵무기 제조에 활용 가능한 고농축 핵물질을 해외로 반출하며, 국제 유조선과 상선의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은 이에 맞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와 해상봉쇄 종료, 이란 원유 수출 제한 철회를 우선 요구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테헤란이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과 제재 해제를 종전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핵농축과 더불어 미국과 이란이 양보하기 어려운 핵심 충돌 지점이다. 미국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종전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이란은 전후에도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사실상 결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도 다시 강경해지고 있다. 그는 이날 공개된 미국 시사 프로그램 '풀 메저' 인터뷰에서 "우리는 2주 더 들어가 모든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했던 특정 목표물의 70% 정도는 이미 수행했지만 아직 공격할 다른 목표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주 백악관이 내놨던 '군사 작전 종료' 기조와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확보가 여전히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는 그것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우주군이 이란 핵물질 이동을 감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누군가 접근하면 이름과 주소, 신원까지 알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폭파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기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는 CBS 방송 '60분'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이란의 핵 능력을 상당 부분 약화시켰다"면서도 "우라늄과 핵 시설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추가 공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셈이다. 국제 핵 감시기구들은 현재 이란이 폭탄급 고농축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추가 공습이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효과는 이전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이번 전쟁 과정에서 이란 내 약 1만5000곳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전력은 완전히 와해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오히려 이란은 산악지대 지하시설과 이동식 발사체계를 활용해 전력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의 전략 자산 소모 문제도 부담이다. 미 언론들은 장기간 이어진 대이란 작전으로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과 정밀유도무기 재고가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추가 공습이 가능하더라도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고, 군사적 효과 역시 점차 반감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내 반전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이 다시 협상 재개를 시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선을 앞두고 전면전 장기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법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이란의 핵물질 반출과 호르무즈해협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가 워낙 커 공습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이쯤에서 종전선언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공격을 재개할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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