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약 40%에 달하는 89개 지역이 벌써 5년 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현실은 지방소멸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먼 미래 경고가 아닌 우리가 살고있는 지역의 존립을 뒤흔드는 실존적 위협임을 말해준다.

대한민국 인구문제의 본질은 저출산보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소멸이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50.8%인 반면 국토의 절반 이상은 소멸 위험지역이다.

행정체제 개편이 행정통합을 중심으로 지역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 발등의 불이 되었음을 뒤늦게 인식한 결과다. 인구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 돼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정부와 각 지자체는 이 거대한 파고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기존의 정책들은 대부분 정주인구를 붙잡거나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인상하고, 주거단지를 조성하며, 기업 유치를 통해 외지인을 정착시키려고 애쓰고 있지만, 국가 전체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착 중심의 정책은 지자체 간 인구 빼앗기라는 제로섬 게임에 귀결될 뿐이다. 특정 지역의 인구 증가는 반드시 다른 지역의 인구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도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이제는 사람이 어디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가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어디에서 실제로 시간을 보내고 소비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가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두된 생활인구의 개념은 인구 감소 지역의 경제 생태계를 지탱하는 실질적인 주체이자, 지방 소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와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국 인구 감소 지역 20곳에서 체류인구 카드사용액 비중이 50%를 넘어섰는데 이중 강원도가 7곳(삼척, 홍천, 횡성, 영월, 정선, 고성, 양양)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체류인구가 강원도에서 쓴 카드 사용액 비중이 54.7%를 차지함으로써 정주인구의 사용액 비중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 휴가철에 강원 방문 체류가 증가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다. 충청권도 태안, 단양지역에서 관광·레저·숙박 소비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인구감소 지역의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소비의 가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활동은 지역 내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일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체류인구의 소비는 소상공인의 생계를 지탱하는 경제적 산소호흡기 역할을 한다.

전국 89개 인구감소 지역을 분석해 보면, 체류인구가 이미 지역의 실직적인 주역임을 증명한다. 실제로 인구감소지역 내 활동인구 10명 가운데 약 7명은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두지 않은 체류인구다. 이들이 지역 전체 소비의 약 40% 담당하고 있다. 이 사실은 체류인구의 존재를 배제하고는 지역의 존립을 논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체류인구가 지역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 경제적 실효성이 의심받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산업연관표를 보면, 체류인구의 생산유발계수가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정주인구보다 오히려 높다. 이 결과는 외지인의 소비가 단순히 스쳐 가는 일시적인 지출이 아님을 보여준다. 결국 체류인구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끄는 유효하고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구 감소 대응의 핵심 과제는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인구를 늘리는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활동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체류인구의 소비활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지역 내 소득과 고용으로 어떻게 선순환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에 초점을 두고, 소비 특성 유형 맞춤형 전략을 촘촘하게 짤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인구감소지역의 지역활성화 전략은 정주인구 중심의 논리에서 벗어나 생활인구의 소비 활동을 핵심 동인으로 삼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활인구 소비 특성과 경제적 파급 구조에 대한 데이터 기반 분석과 지역맞춤형 전략 수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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