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13일로 두달째를 맞는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의 급등에 대응해 시행된 최고가격제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가격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민생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약 1.2%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대리점에 공급하는 석유 제품의 도매 판매가격에 정부가 법적 상한선을 설정, 그 이상으로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그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은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해준다.
하지만 최고가격제의 이면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유사에 혈세(재정)로 보전해주는 돈이 두달만에 3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민간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들여 석유 판매 가격 상승을 억제한 것과 마찬가지로, 구매 대금 일부를 세금으로 지급한 대신 싸게 석유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도긴개긴'인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가격에 의한 수요와 공급 자동조절이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 제품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억제돼 소비 또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최고가격제로 인해 석유류 가격이 정상을 밑돌게 되면 수요 억제 효과는 반감된다. 이는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비생산적이다. 최고가격제는 국제 유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적절히 반영해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할 시장의 신호등을 정부가 강제로 꺼버린 꼴이다.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할 시점에 세금으로 기름값을 깎아주니 에너지 낭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다소비국가다. 또한 GDP(국내총생산)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나타내는 '에너지 원단위'는 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고, 에너지 자립도는 22.1%로 35위에 그친다.
에너지 가격 정상화에 따른 민생 피해는 선별적 지원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름을 많이 쓰는 자영업자나 개인 운수업자, 농어민 등에 '구매 쿠폰'을 지급해 석유류 구입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다소비·비효율 경제구조를 바꾸려는 노력도 화급하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큰 진전을 보이지 않으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최고가격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는 이제라도 '가격 통제'라는 달콤한 마약에서 깨어나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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