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용위험지수 2분기 만에 17p ↑

정책금융 vs 리스크 관리… 은행권 ‘딜레마’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국내 은행이 체감하는 대기업의 신용위험도가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중동 전쟁 장기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은행권이 중소기업을 넘어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에까지 본격 경고등을 켜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타임스가 11일 한국은행의 '2026년 1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를 분석한 결과, 은행의 2분기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25로 집계됐다. 1분기 19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2017년 1분기(2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8)와 비교하면 불과 두 분기 만에 17포인트(p) 급등했다.

신용위험지수는 금융회사 여신업무 담당자들이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악화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인식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플러스(+) 값이 클수록 위험 증가를 전망하는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이미 한계치에 달했다.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도 1분기 33에서 2분기 36으로 상승했다. 대기업보다 절대 수치 자체가 높은 데다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째 30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이어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신용위험지수는 금융기관의 판단을 반영한 심리지표로 수치 자체를 장기적으로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중동 상황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에 대한 위험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빚 갚을 능력은 떨어지는데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대기업 대출수요지수는 14, 중소기업은 28로 각각 전분기 대비 3p, 6p 높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적으로 기업 대출 수요 증가는 설비 투자나 고용 확대 등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성장을 위한 '생산적 자금'이라기보다 위기를 버티기 위한 운영자금 성격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전쟁 여파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체율 지표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76%로 전월(0.67%)보다 0.09%p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9%,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2%로 각각 0.06%p, 0.10%p 올랐다. 특히 중소법인 연체율은 1.02%로 1%대를 넘어서며 지난해 5월(1.0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당국 기조에 맞춰 2분기 대기업(3)과 중소기업(0)에 대해 대출 태도를 소폭 완화하거나 전분기 수준으로 유지하며 돈줄을 열어두겠다는 계획이다. 가계대출을 조이는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서 혁신기업과 실물경제로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신용위험이 빠르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출을 내주기엔 건전성 악화 부담이 크다. 수익성 둔화 속에서 한계기업들이 빚으로 빚을 막는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확대될 경우 경기 회복이 지연될 때 이 대출들은 고스란히 은행의 부실채권(무수익여신)으로 돌아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대출은 가계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가 높아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자본비율과 건전성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책적 요구와 내부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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