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소수의견만 7번… 퇴임 앞두고 매파적 소회

“국제유가 100불 땐 2차 충격 최소화에 전력해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1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1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물가에 대한 압력이 굉장히 크고 미래 물가의 불확실성도 매우 크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은행에 주어진 첫 번째 책무는 인플레이션이다.”

퇴임을 하루 앞둔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1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다시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예전보다 물가에 대한 걱정을 훨씬 더 많이 했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의 최우선 책무인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인플레이션 억제에 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대표 비둘기’가 마주한 양극화의 벽

신 위원은 2022년 7월 금통위에 합류한 이후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총 7차례 소수의견을 내며 시장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로 분류돼 왔다. 특히 2024년 하반기부터는 물가 안정 흐름과 내수 부진을 근거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그가 이처럼 고독한 인하 소수의견을 이어갔던 배경에는 ‘경제 양극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신 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고용 측면에서 10%도 안 되는 섹터가 경제 전체 헤드라인 넘버(지표)를 다 결정해버리는 상황”이라며 “나머지 70~80% 정도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헤드라인 지표가 어떤 의미를 갖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고 소회했다. 물가 우려가 크지 않다면 실물경제의 취약 부문을 위해 금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실용주의적 소신이었다.

하지만 현재 통화정책 여건에 대해서는 단호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최근 유상대 한은 부총재가 금리 인상 사이클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신 위원 역시 “물가에 대한 우려가 꽤 있는 상황”이라며 이달 말 금통위 점도표의 상향 조정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신 위원은 “유가가 100달러 수준에서 고공행진을 하면 경제가 엄청나게 고통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유가로부터의 2차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국제 유가를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최대 뇌관으로 지목하고 “물가와의 싸움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격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개방되는 외환시장… ‘브레이크’ 보완 시급

신 위원은 금융시장 개방과 선진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금 쏠림 현상에 대한 대비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외환시장 개방 확대, 원화 국제화 등을 추진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대외 연결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안정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한국 금융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자동차”에 비유하며 “고성능 자동차가 되려면 에어백과 브레이크 역시 더 고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과도한 주택 중심 저축 구조에 대한 쓴소리도 남겼다. 경제 성장률 지표는 나아지고 있지만, 가계의 높은 순저축률 탓에 실제 민간 소비 회복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그는 “굉장히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는 시스템이다. 집 사느라 허덕이고, 집이라는 게 결국 일종의 저축인데 원리금을 갚으면서 또 다른 저축도 계속하다 보니 허덕이면서 살다가 큰 재산만 남겨놓고 떠나는 형국”이라며 “저축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고 삶의 질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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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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