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메리츠증권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에 나섰다. 지난주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에 이어 메리츠증권에 대해서도 전격적인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하며, 당국 압박이 금융가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에 조사 요원들을 예고 없이 파견해 회계 장부 등 세무조사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일제히 확보했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은 4~5년 주기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탈세 등 특정 혐의를 포착하고 기획·심층 조사를 전담하는 핵심 부서다.

이번 조사 역시 국세청이 메리츠증권의 구체적인 세금 탈루 정황을 인지하고 고강도 비정기 조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세청 측은 "개별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등 정보는 규정상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메리츠증권이 그간 공격적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투자은행(IB) 부문 영업을 통해 폭발적으로 몸집을 불려온 만큼, 이 과정에서 파생된 자금 흐름과 세무 처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로 메리츠증권은 괄목할 만한 실적 성장 이면에서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24년에는 PF 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차주로부터 과도한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현장 검사를 받았다.

전직 임원이 재직 당시 타 금융기관을 통해 가족 회사 명의로 부동산 투자금 명목의 1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올해 1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등 도덕적 해이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업계가 이번 조사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지난 8일 하나금융·하나은행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가 시작된 지 불과 사흘 만에 대형 증권사로 불똥이 튀었다는 점에서, 단일 기업의 일탈을 넘어 금융권 전체를 향한 고강도 검증이 시작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최근 현 정부 수뇌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 구조개혁' 기조와 맞닿아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의) 공공성이 너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과 고통 분담을 주문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저신용자의 금융 소외 현상을 두고 "치밀하게 방치된 구조적 모순"이라며 제도권 금융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메리츠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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