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이 11일 오전 금감원에서 자본시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이 11일 오전 금감원에서 자본시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 의결권 행사 실태 점검에 나서며 회계심사·감리 주기를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상법 개정과 증시 활성화로 국내 증시가 빠르게 팽창하는 가운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감독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11일 금감원에서 열린 월례 간담회에서 “장기투자 문화 정착과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금감원은 ETF 시장 급성장에 맞춰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ETF 투자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주주권 행사 과정이 투자자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황 부원장은 “현재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집중 점검 기간을 운영 중”이라며 “의결권 행사를 잘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를 정리해 투자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ETF 역시 일반 펀드와 동일하게 투자자 자금으로 운용되는 만큼 의결권 행사 책임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ETF 안에 담긴 주식도 결국 일반 펀드와 동일하다”며 “자산운용사들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고 그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공시했는지를 같은 수준에서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최근 상법 개정으로 주주 충실의무와 독립이사 선임 강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도입된 만큼 자산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여부 역시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회계감독 체계 개편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금감원은 현재 평균 20년에 달하는 상장사 회계감리 주기를 대폭 단축해 회계부정 적발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황 부원장은 “회계부정은 반드시 적발된다는 시장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회계심사 강화와 감리주기 단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안에 코스피 상장사는 10년, 코스닥 상장사는 5년 수준으로 감리 주기를 단축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선 코스피200 기업에 대해서는 감리 주기를 10년 수준으로 줄이는 작업에 즉시 착수한다.

이는 미국(3년), 영국 FTSE350(5년) 등 주요국 대비 지나치게 느린 국내 감리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최근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일부 부실기업의 분식회계 유인이 커졌다고 보고 회계부정 고위험 기업에 대한 선제 점검도 확대하기로 했다.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근접하거나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심사 대상 규모를 전년 대비 30% 이상 늘릴 계획이다.

회계·조사·공시 부서 간 공조 체계도 강화한다. 금감원은 회계심사 과정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를 조사 및 공시 부문과 연계해 부실기업을 조기에 시장에서 걸러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공시심사 강화와 DART 인프라 개선도 병행 추진한다. 금감원은 최근 일부 기업들이 상법 개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만 조직개편 관련 공시를 작성했다고 보고 정정 요구에 나선 상태다.

황 부원장은 “기업들이 주주 충실의무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관련 내용을 충실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일반주주 권익 보호와 공시정보 활용도 제고를 위한 공시서식 개편과 DART 기능 개선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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