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올해 1분기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보수적인 여신 운용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화(디레버리징)하는 데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실수요자나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의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전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는 1.5%로 전년(1.7%) 대비 한층 강화됐다. 이 중 60~70%의 비중을 차지하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 달 세부 대출 목표치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선제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갔다.

국민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9092억원이었으나 오히려 1조6143억원(-178%)이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대출이 목표치를 초과하면서 올해 페널티 대상에 올랐다.

신한은행도 8500억원 목표치에서 1조5896억원(-187.0%) 줄었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이 1조5402억원, 우리은행은 3447억원 줄며 각각 목표치 대비 -175.0%, -41.7%를 기록했다. 농협은행도 올해 증가 목표치는 8700억원이었지만 실제로 1조3551억원(-156%)이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별도 관리 목표도 신설했다. 은행별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타이트한 비율을 설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다. 올해 6673억원의 대출 증가를 목표로 했던 케이뱅크는 1분기에만 오히려 2237억원이 줄었다. 카카오뱅크는 연간 목표(3965억원)의 52%인 2052억원을, 토스뱅크는 목표(5502억원)의 7%인 370억원을 집행하는 데 그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다만 1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질 때 나타나는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는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가계대출 '순증 0%'라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받은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이 잇따라 비조합원 대상 가계대출을 제한하며 방어막을 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민 금융 소외'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총량 한도를 맞추기 위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은행권이 단순히 총량 목표라는 숫자에만 매몰돼 대출 문턱을 일괄적으로 높인다면 혹독한 대가는 결국 생계형 차주와 중·저신용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권은 통신비 납부 내역 등 비금융 정보와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청년과 자영업자가 금융 사다리에서 억울하게 밀려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정부 역시 정책 서민금융의 확대,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 보증 및 신용보완 장치 확충 등 다각적인 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딜레마 해결에 힘쓰고 있다. 현재 당국은 중·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 소외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 체계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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