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유동성, 부동산으로 이동 조짐

11일부터 규제지역 보금자리론 금리 0.10%p↑

정부·은행권, 주담대 급증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코스피 7000 시대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서울 강남권 등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자 정부가 정책대출 문턱을 높이며 속도 조절에 나선다. 당장 11일부터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때 서민형 정책 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받으려면 기존보다 더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 한다. 주식 시장에 몰린 자금이 다시 집값을 자극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까지 강화하며 선제 대응에 돌입한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HF)는 11일부터 신규 신청분 중 담보주택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위치할 경우 보금자리론에 0.1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와 용산구가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하거나 상급지 갈아타기를 추진하는 실수요자들은 기존보다 더 높은 정책대출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정책대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최근 주식발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7000선 돌파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평가 자산이 급격히 늘어나자 시장에서는 "주식으로 자금을 불려 결국 서울 핵심지에 입성한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자산가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주식 차익 실현 자금이 강남권과 '똘똘한 한 채' 시장으로 유입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 투자로 돈을 번 무주택 가계의 경우 자본 이득의 약 70%를 부동산 매입에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정책 모기지 상품이 사실상 상급지 진입을 위한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집값 불안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금자리론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장기 고정금리라는 장점이 있는 만큼, 고가 아파트 매수 수요까지 흡수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은행권 역시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청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자 주요 은행들은 자체적인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돌입했다. 대부분 은행들은 다주택자 및 고가주택 관련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생활 안정자금 목적 대출의 실제 사용처 검증도 한층 까다롭게 들여다보고 있다.

당국 역시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 속도 관리와 실수요 중심 대출 공급 기조를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서울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정책대출 한도 축소, 규제지역 확대 지정 등 추가 대응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흐름을 단순한 증시 활황이 아닌 '주식발 부동산 자금 이동' 현상으로 분석했다. 월급만으로는 서울 핵심지 진입이 어려워진 상황에 주식 투자 수익이 사실상 부동산 시장 진입을 위한 새로운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자산 시장의 상승이 실물 소비보다 서울 핵심지 자산 가격만 더 밀어 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와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단순한 가계부채 관리 차원을 넘어 자산 시장 과열 확산을 차단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며 자산 쏠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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