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대신 수수료를 택했다.
경기 성남 분당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시행 위탁을 위한 부동산 신탁사 입찰에서 업계 최다 정비사업 실적을 보유한 신탁사가 탈락하고, 낮은 수수료를 앞세운 업체들이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됐다.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이 정비사업 전문성보다 수수료와 주민대표단 의견 반영 여부 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내걸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당장의 비용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정비사업 전문성 부재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이 최근 진행한 예비 신탁사 모집 결과, 대신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이 최종 경쟁 대상자로 선정됐다. 입찰에 참여한 대한토지신탁은 3위에 그쳐 제안설명(PT)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됐다.
대신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이 나란히 선정된 것은 신탁 수수료를 낮게 제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입찰에서 대신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은 총 예상 수입 17조원의 0.4%와 0.47%를 써냈다. 반면 대한토지신탁은 수수료를 0.65%로 제안했다.
그룹사 규모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했다.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은 이번 입찰 적격심사에서 신탁사의 정비사업 준공 실적이나 자산이 아닌, 신탁사가 속한 그룹사의 총자산을 평가 기준으로 반영했다.
특히 그룹사 총자산이 50조원을 넘으면 최대 가점을 부여했는데, 우리자산신탁은 우리금융그룹의 계열사라 만점 조건을 충족했지만 대한토지신탁은 가점 일부를 받지 못했다.
정비사업 전문성 측면으로 보면 대한토지신탁은 업계 대표 사업자로 꼽힌다. 대한토지신탁은 업계 최다인 전국 총 9개 정비사업 준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실적 대부분이 사업성이 낮고 추진이 어려운 지방 사업장에서 재건축을 성공시킨 사례라 업계에서 전문성이 높은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대신자산신탁과 우리자산신탁은 정비사업 준공 실적이 아직 없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만으로 수주가 이뤄지면 정작 사업 관리 역량은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며 "또 위탁 시행을 맡을 신탁사를 뽑는데 전문성 대신 그룹사의 자산을 평가 기준으로 본 것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계열 시공사의 능력을 평가한 것과 비슷한 구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행을 위탁하는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의 영향력을 유지하기로 한 점도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은 이번 신탁사 입찰 공고에서 '정비사업위원회는 양지마을 담당 신탁사 직원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건을 포함시켰다. 신탁 방식의 재건축 추진 사업장에선 보기 드문 조항이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전문 사업자가 의사결정을 주도해 소유주 간 갈등을 줄이는 방식인데, 주민대표단 영향력이 커지면 일반 조합방식 재건축과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주민대표단은 재건축 사업성 확보와 주민의견 반영을 위해 이처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양지마을 주민대표단 관계자는 "신탁사 간 정비사업 전문성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보고 결정했다"며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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