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메트로폴리탄 도시에 지하철 단 2개뿐

65년 만에 D선 서쪽 3개역 연장 지난 8일 개통

지질구조, 상류층 반대, 정치적 갈등이 발목잡아

자동차 중심 도시 패러다임 바꾸는 도전에 박차

LA 지하철 D라안 확장 계획. LA 메트로 홈페이지 발췌. 연합뉴스
LA 지하철 D라안 확장 계획. LA 메트로 홈페이지 발췌. 연합뉴스

2028년 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가 고질적인 교통 체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하철망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흔히 ‘자동차의 도시’이자 ‘대중교통의 불모지’로 불리는 LA에서 지난 65년이라는 긴 세월을 기다려온 숙원 사업인 지하철 D선(퍼플라인) 연장 구간의 일부가 마침내 개통되며 도시의 지형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LA 메트로는 D선의 1차 연장 구간인 라브레아, 페어팩스, 라시에네가 등 3개 역을 새롭게 개장했다. 이로써 LA 시내의 관문인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베벌리힐스 접경인 라시에네가 지역까지 단 21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작 세 개 역이 추가된 것이지만, 1962년 에드먼드 G. 브라운 당시 주지사가 토양 조사를 시작한 이래 65년 만에 거둔 결실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재 LA는 뉴욕에 이어 미국 2위의 거대 메트로폴리탄임에도 불구하고 순수 지하철로는 단 두 노선밖에 없다. B선(레드라인)과 이번에 연장된 D선(퍼플라인) 등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을 운영 중이며,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몇몇 경전철 노선이 운영 될 뿐이다. 세계적인 대도시 규모에 비하면 지하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왜 LA의 지하철 건설은 이토록 지지부진할까. 험난한 과정이 있다. 예산 부족과 건설 과정에서 메탄가스 폭발 사고와 빙하기 화석 발굴 같은 우연한 사건들이 지체 원인으로 꼽히지만 그보다는 LA 특유의 사회·정치적 배경이 깊게 깔려 있다.

우선 LA는 도시 구조가 전형적인 ‘저밀도 분산형’이다. 20세기 초 자동차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교외 주거지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지하철보다는 개인용 승용차와 방대한 고속도로망에 의존하게 됐다. 이러한 도시 구조는 지하철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대중교통에 대한 세금 투입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원인이 됐다.

또한, 강력한 ‘님비(NIMBY) 현상’과 부유층 거주 지역의 반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980년대와 90년대, 지하철이 통과할 예정이었던 베벌리힐스 등 부유한 서부 지역 주민들은 지하철이 들어오면 범죄가 유입되거나 지역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강력한 반대 운동을 펼쳤다. 이는 정치적 압력으로 이어져 건설 예산을 삭감하거나 공사 자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질학적인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LA는 산안드레아스 단층을 비롯한 여러 활단층 위에 세워진 도시로, 지진에 대비한 고도의 내진 설계와 까다로운 안전 기준이 필수적이다. 이는 공사비용을 천문학적으로 상승시켰고, 기술적 난이도를 높여 공사 기간을 지연시키는 주된 원인이 됐다.

특히 페어팩스 지역의 메탄가스 매장 문제는 안전 문제를 넘어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확산되며 수십 년간 공사를 중단시키는 빌미가 되었다. 이처럼 LA 지하철의 역사는 토목 공사의 기록이 아니라, 자동차 중심의 문화, 지역 이기주의, 그리고 자연환경과 맞서 싸워온 치열한 정치·사회적 투쟁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2028년 하계 올림픽 개최라는 새로운 명제가 제시되면서 LA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LA 메트로는 이번 1차 연장 개통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 가을까지 센추리시티를 거쳐 올림픽 전까지 UCLA가 위치한 웨스트우드까지 노선을 완전히 연결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몰려올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없어도 이동할 수 있는 도시’로의 탈바꿈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65년 전의 설계도가 빙하기 화석과 현대의 정치적 갈등을 뚫고 마침내 태평양을 향해 서쪽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LA 지하철 D라인 연장 개통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유지해온 자동차 중심의 도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LA의 거대한 도전의 새로운 출발점인 셈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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