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강제 조치’ 삭제… 중·러 거부권 압박에 한발 후퇴

“자국 선박 방어권은 유지”… 개별적 군사 대응 불씨 남겨

‘제재 검토’ 조항은 고수… 이란 향한 압박 수위 조절

러시아 “지지 불가” 즉각 반발… 수정안 통과 여전히 불투명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맞서 추진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의 수위를 낮추며 막판 조율에 나섰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조짐을 보이자 군사적 강제 조치의 핵심 근거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며 실용적인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국이 바레인 등 걸프국과 함께 제출했던 결의안 초안에서 유엔 헌장 제7장 인용 문구를 삭제한 수정안을 다시 회람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헌장 제7장은 국제 평화가 위협받을 때 안보리가 경제 제재나 군사 행동 등 강제 조치를 승인할 수 있는 법적 토대다. 앞서 제출된 초안에 이 조항이 포함되자 중·러 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해 왔다.

미국은 이번 수정안에서 논란이 된 제7장 적용 문구는 덜어냈지만,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불씨’는 남겨두었다. 수정안은 이란이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안보리가 “제재를 포함한 효과적인 조치”를 검토하기 위해 다시 소집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특히 “회원국이 항행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공격을 포함, 자국 선박을 공격과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권리를 재확인한다”는 문구는 유지해 개별 국가의 자위권 행사를 정당화할 근거를 보존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로이터는 수정안이 “명시적으로 무력 사용을 승인하지는 않으면서도 이를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안보리 차원의 집단적 군사 행동은 한발 물러서되, 미국 등 개별 국가가 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은 열어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결의안 통과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미 지난달에도 유사한 내용의 결의안이 중·러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으며, 러시아는 이번 수정안에 대해서도 즉각 거부감을 드러냈다. 알렉산드르 알리모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9일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바레인의 결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며 철회를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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